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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밥그릇/안효희시가 있는 사랑방 2009. 4. 2. 16:23
아버지의 밥그릇
안효희
언 발, 이불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을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 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말없이 누워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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