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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시 100편 - 제 64편] 섬진강1 / 김용택 문태준·시인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
[애송시 100편 - 제 63편] 그리스도 폴의 강(江) 1 / 구상 정끝별·시인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 가듯 태백(太白)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白楊木)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
[애송시 100편 - 제 62편] 눈물 / 김현승 문태준·시인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生命)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全體)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
[애송시 100편 - 제 61편] 노동의 새벽 / 박노해 정끝별·시인 전쟁 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쓰린 가슴 위로 차거운 소주를 붓는다 아 이러다간 오래 못가지 이러다간 끝내 못가지 설은 세 그릇 짬밥으로 기름투성이 체력전을 전력을 다 짜내어 바둥치는 이 전쟁 같은 노동일을 오래 못가도 끝내 못가..
[애송시 100편 - 제 60편]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 / 박재삼 문태준·시인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애송시 100편 - 제 59편]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 장정일 정끝별·시인 그랬으면 좋겠다 살다가 지친 사람들 가끔씩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계절이 달아나지 않고 시간이 흐르지 않아 오랫동안 늙지 않고 배고픔과 실직 잠시라도 잊거나 그늘 아래 휴식한 만큼 아픈 일생이 아물어진다면 좋..
[애송시 100편 - 제58편] 수묵(水墨) 정원 9 - 번짐 / 장석남 문태준·시인 번짐, 목련꽃은 번져 사라지고 여름이 되고 너는 내게로 번져 어느덧 내가 되고 나는 다시 네게로 번진다 번짐, 번져야 살지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번짐,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삶은 번져 죽음이 된다 ..
[애송시 100편 - 제 57편] 달은 추억의 반죽 덩어리/송찬호 정끝별·시인 누가 저기다 밥을 쏟아 놓았을까 모락모락 밥집 위로 뜨는 희망처럼 늦은 저녁 밥상에 한 그릇씩 달을 띄우고 둘러앉을 때 달을 깨뜨리고 달 속에서 떠오르는 노오란 달 달은 바라만 보아도 부풀어오르는 추억의 반죽 덩어리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