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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상징으로 쓴 예수님 주제의 기도시/이해인시가 있는 사랑방 2009. 4. 15. 16:43
12 개의 상징으로 쓴 예수님 주제의 기도시
- 이해인
(1월) 길이신 예수님께
길이신 예수님
또 한 해의 길을
길이신 당신과 함께
걸어가게 하소서
당신이 계시기에
어두워도 방향을 잃지 않고
유혹이 심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오직 당신만을
사랑으로 선택했기에
사랑으로 열린 길
이 길을 따라
오늘도
노래하며 걸어가게 하소서
길을 가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으로 이어 주는
길이 되어서
마침내는 아름다운 집으로
함께 이르게 하소서
(2월) 빛이신 예수님께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며
잠시 지나가는
저의 일생을 보았습니다
빛이신 예수님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환해질 수 있다니
금새 눈이 밝아지고
마음이 밝아지는 놀라움이여
함께 있어 익숙해진
이기심의 어둠 욕심의 어둠
사랑에 등을 돌린 죄의 어둠
단호히 뿌리치지 못하는 저를
가엾이 여기시고
어서 빛으로 오시어
제 이름을 불러주십시오
사랑은 어둠 속에도
환해지는 빛이라고
더욱 큰소리로
고백할 수 있도록`-
(3월) 문이신 예수님께
망설임 없는 사랑으로
어서 들어오라
우리를 부르시고
기다리시는 예수님
사랑으로 두드리면
사랑으로 열리는 문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항상 두려움을 몰아내고
누군가의 문으로 열린다는 것을
오늘도 새롭게 당신께 배웁니다
문이신 예수님
어서 문을 열어주십시오
(4월) 샘이신 예수님께
왜 이리 목마를까요
왜 이리 그리울까요
마르지 않는 샘을
바로 곁에 두고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어찌해야 할까요
구원의 샘이신 예수님
생명의 물이신 예수님
사람들 사이엔
언제나 사막이 있습니다
당신이 아니 계시면
물길이 트이지 않아
깊고 맑은 사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마음을 이 세상을
조용하지만 큰 힘으로
적셔주십시오
적셔진 우리 모두
열심히 흘러가는
한 방울의 기도로
깨어 있게 하십시오
(5월) 나무이신 예수님께
나무이신 예수님
당신을 닮기 위해
당신 곁에 섰습니다
사계절 내내 함께한 그 세월을
아직은 기쁨만으로 소리쳐
노래할 수 없기에
변함없는 하늘빛 고요를
제 마음에 담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배반당하는 슬픔
피 흘리는 고통이 두려운 저는
당신 앞에 늘 송구할 뿐입니다
십자가의 침묵을
알아듣게 해주십시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날마다 새롭게
부활의 새벽을 맞게 해주십시오
당신처럼 사랑이 깊지 못해
죽을 준비가 덜 된 저는
아직도 환히 웃을 수가 없지만
그래도 분명한 것은
제가 오직 당신을 닮으려고
잠들지 못하는 나무로
오래 오래 서 있다는 것입니다
(6월) 성심(聖心)이신 예수님께
겸손과 온유의 성심이신 예수님
당신은 항상
저에게 마음을 달라고 하셨지요?
사랑의 가시에
깊이 찔리신 당신 마음에
깊이 들어 간 저의 기도는
오직 사랑 때문에
피 흘려도 좋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납니다
초록의 황홀함에 취해 있던
6월의 숲에서
어느 순간 제 이름을 부르는
당신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저는 죄가 많지만
갈림 없는 첫 마음을
순결한 첫사랑으로
당신께 봉헌하는 오늘
당신이 쏟아 부은 사랑이 넘쳐
제 마음은 온통 초록빛 바다
이 바다가 너무 아름다워
어쩔줄을 모르겠습니다
(7월) 바위이신 예수님께
바위이신 예수님
사랑으로 머무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사랑은 상처받고도
깨어지지 않는 돌임을
죽음보다 강한 힘으로
증거하신 예수님
오늘도 저는
그 사랑 위에 집을 짓겠습니다
흔들림 없는 한결같음으로
오래 머물러야
승리하는 사랑을
당신께 배우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의 변절도
말없이 받아들이고
억울한 일에도 변명을 않는
당신의 그 깊디 깊은 침묵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저도 조금은
당신을 닮은 바위가
될 수 있는 거겠지요?
변덕이 심한 저를
침묵으로 주눅들게 하는
바위이신 예수님
(8월) 지혜이신 예수님께
지혜이신 예수님
매순간 저에겐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지혜로 빛을 받아야만
아름답고 튼튼합니다
세상의 지혜가 아닌
당신의 지혜를 구하면서도
그 길에서 멀리 있어
목마를 적이 많았습니다
당신처럼 아낌없이
사랑하고 사랑하면
지혜로워질까요?
어서 오시어
어리석은 저를
지혜의 물로
세례 받게 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볼 것만 보고
들을 것만 듣고
말할 것만 말하고
행할 것만 행하여
떳떳하게 맑아진 기쁨을
노래할 수 있도록--
(9월) 기쁨이신 예수님께
기쁨이신 예수님
당신이 기쁨이어서
이제는 제 이름 또한 기쁨입니다
눈물 없는 환한 웃음만이
기쁨의 표현은 아닐테지요?
아픔과 상처 또한
당신 안에서
기쁨으로 변화 되는 기적을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살아있는 나날
당신과 함께
기쁨으로 집을 짓게 하소서
당신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을
이 집에 데려오는 기쁨으로
행복하게 하소서
(10월) 평화이신 예수님께
진정
평화는 어디에 숨은 걸까요?
시대는 불안하고
삶은 공허하고
사람들은 초조합니다
평화이신 예수님
고통 중에도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평화
죽음을 넘어서는 생명의 평화
움직이는 평화를 그리워합니다
우리 모두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는 곳 마다에서
입으로 평화를 외치기 보다
존재 자체로 평화가 될 수 있는
눈물의 기도와 인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
(11월) 침묵이신 예수님께
침묵을 그리워하면서도
침묵하지 못하는 저를 봅니다
화가 나서 문을 닫는
페쇄적인 침묵이 아니라
선과 사랑의 침묵으로
승리하신 예수님
이토록 산만하고
소란하기 그지없는 세상에서
말 많은 제 입을 고요하게
볼 것이 많은 두 눈을 고요하게
들을 것이 많은 두 귀를 고요하게
그리고
마음을 고요하게
행동을 고요하게 지켜주십시오
어느날 침묵이 사랑으로 열리어
더 깊고 맑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까지--
(12월) 구세주이신 예수님께
어서 오십시오 예수님
오늘도 애타게
당신을 기다립니다
인류의 기다림이고
세상의 그리움이신 예수님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
어서 오십시오
엠마누엘이신 예수님
어느새 함께 사는 법을
잊어버린 우리에게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말씀이신 예수님
늘 할 말이 많으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참된 말씀이 되어주십시오
당신과 함께라면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을
사랑으로 축복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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