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모친 생전 그런 소리 없으시더만
참 올 곧게 여태 고집스럽게도 살아 오셨는데
작년 이맘쯤 광안리 허공에다
쓸데없이 아까운 돈 다 태운다고 그러시더니만....
올 해는 어쩐 일이신지 해수욕장에
들어가지는 말고 어디 높은데 올라가서
먼발치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했으면....
그건 큰애가 작년에 광안리 백사장까지 들어가
잘 구경하고는 아시다싶이 너무 몰려든 인파로 인해
해운대까지 거꾸로 올라가 전철타고 새벽녁에나
겨우 집에 들어 온걸 생각나셨는게다
작년 글케 난리 북세통을 치더니만 올해 또 한다고?
그 것도 예산을 더 들여서 더 멋지게(?)....
긍께, 이날 큰딸에게서 문자가 날라왔다...
할머니가 가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아빠도 생각을 함 해보라는 얘기였다
전혀 생각도 않다가 무신 일인고 싶어
괜한 마음에 가슴이 덜컹했다....옛날부터 어른들 말씀이
마음이 갑자기 변하면 뭔 일이 생긴다는
택도 없는 생각이 나설랑...하긴 뭔 일이야 있을라고
그래 알았다! 비비야
그러지 뭐 그까이꺼....그기 뭐 어렵나
보통보다 조금 일찍 퇴근하여 고속도로 가면서
식사를 먼저하시라 말씀드리고
도착하자 마자 바로 출발 할 수 있도록
준비 단단히 하시라 일렀다
기달리거나 지체없이 당도하자 마자 즉시
나 또한 편한 복장으로 집을 나섰다
작년을 생각하니 혹시 길이 막혀 입장통제를 당하면 어쩌나
모처럼의 나들이 마음먹은 짐에 구깅은 해야지를....하여
주례 지하철 부근에 차를 두고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오늘 행사에 대한 안내포스터가 역마다 붙혀져 있더만
돈 벌어 먹고 살기 힘들어도 한 순간 공중에서
날라가듯 사라지는 불꽃놀이는 형형색색 아름답기가
짧은 글로 어찌 다 표현할까냐만
늦가을 바다가의 낭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자리도 불편하거니와 돌아갈 걱정에 울 모친은
행사시간 중간을 넘어서자마자 벌써 걱정이셨다
잠시나마 현실의 아픔을 망각하고
찬란한 불놀이로 황홀한 감정에 도취 되어
탄성을 터트렸던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나도 한 사람이었고
어머님은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지만
놀라운 표정으로 시종일관 앞만 주시하셨다
내는 작년에 카페에서 동영상으로 보았지만
황홀을 가장한 절규를 내지르며
하늘이 온통 돈내미 화약냄새로 가득하다.
태워라 태우면 태운만큼 부산경제 살린다면
순간의 즐거움이 오랜 아픔을 잊게 해 줄 수 있다면
억겁의 행복을 탐하지 말고 차라리 무아지경으로
바보스럽도록 즐기자구나....
끝나기 무섭게 서둘러 나서자는
모친의 성화에 일어서면서 깔고앉은 신문지
다시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으시더니
그만 하면 볼거는 다봤다....이제 그만 가자....
마침 우리가 일어서기 무섭게 뒤에서 들리는
행사장 사회자의 멘트는 이미 행사가 끝남을 암시하였고
더욱 급한 마음에 걸음은 벌써 걷는듯 뛰는듯 하였다
우리는 금련산역....돌아가는 힘든 귀가 길에
어느새 해수욕장 진입도로를 인파로 꽉 메운채
떠밀려 걸어오면서 어머님은 나의 손을 꼭
잡으셨다....아니 이건 또 얼마 만이던가 싶은게
옛날 어릴적 복잡한 시장통을 손잡고 다니시듯
아~따뜻한 온기는 그대로인데 왠지 작게 느껴지누나
사람들이 우리 모자를 밀치고 지나갈 때는
잡은 손에는 힘이 더욱 느껴졌다
이제껏 긴세월 홀로 나혼자 달랑 키우셨는데 말이지
마음 한구석이 찡허니 편치않다....일마야 니 뭐했노?
지하철에서 부대끼며 이제 방금 그 찬란한 상황은
온데 간데 없고 냉혹한 현실의 삶을 찾아가는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엄니와 돌아오는 길이었기에
불꽃놀이로 인한 흐뭇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8시 시작하여 1시간여 동안 행사시간을 생각하면
집에 도착하고 보니 10시 정도 밖에 안되었으니
참 어지간하게도 서둘렀다는게 표티난다...ㅎㅎ
지하철에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 울 엄니 왈
녹차물은 실컨 데파가가 묵도 안하고 그냥 들고 왔네...ㅎㅎ
오는 길에 못 데려간 울 막내 몫으로 통닭 한마리 튀겨서
한 손에 들고 돌아오는 늦은 밤길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하늘에는 별도 얼매나 총총한지요
참 오랜간만에 느껴보는 정말 행복한 저녁나들이었답니다....
암튼 세상 모든 어머님들 건강하이소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