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잎 / 한시종
해포 전,
벚꽃 망울 맺던 이른 봄 길에서
과년한 딸 비명으로 잃어버린 뒤
몇 번을 혼절하다 정신 놓아버린
삼순 어미 떡 진 머리에도
곱디고운 벚꽃 잎 내려앉았다.
땟국물 흐르는 입성으로
실실 웃고 쏘다니다
벚꽃 그림자 짙은 거리에 앉아
죽은 딸애랑 오붓한 봄놀이를 한다.
내 살아 저 꼴 보지 않으려면
봄이 없어야지
벚꽃은 왜 피어서 지랄이냐며
연신 담뱃불 붙여 물던
아비 굵은 주름에도 벚꽃 잎 달라붙고
흐릿한 눈으로 고개 들어 바라보면
먼저 세상 버린 딸아이 얼굴
떨어지는 꽃잎 따라
하나 둘 나풀나풀.
<글쓴이의 변>
이 글은 재작년 4월 12일 '벚꽃'이란 시제로 등단한 시인들만을 대상으로
시사랑문인협회에서 개최한 인터넷 백일장에서 미흡한 글이지만
심사위원들이 어여삐 보셨는지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조금 퇴고하여 다시 올렸습니다만
독자들로부터는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글입니다.
원래는 4.19나 5.18과 연관지어 적으려 했으나 효순이 미선이 생각도 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나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