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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탄 한장/안도현
    시가 있는 사랑방 2007. 2. 21. 20:03


     

    •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브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듯이
      연탄은, 일단 제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나는


         (연탄 한장/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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