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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의 전쟁과 폭력모르는세상얘기들 2013. 6. 29. 22:15
19:10
게임 속의 전쟁과 폭력 - 1 : 게임 일반 및 온라인
- 스크린 이면의 전쟁,
그 서사 속의 또 다른 전쟁.“Do you think that we could play another game? ...
May be I could win this time ...
I kind of like the misery you put me through ...
I think that I could kill this time.”
- from the song [The Game] by Disturbed.[STAGE 1. 사이버 세계 전반의 폭력적 실태]
우리는 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바로 정보화와 네트워크화의 혁명이다. 아니 사실 그 혁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정보화 혁명과 함께 인터넷을 비롯한 가상현실의 세계(V.R.; Virtual Reality)가 생겨났고 현대인이라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가상현실의 세계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가 막을 올리기 전부터 경고되어 왔던 가상세계의 폭력성은 실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가상세계가 어떤 것이든 말이다. 그것이 정부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이든, 단순한 채팅이든, 자기들만의 특수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는 네티즌들이 일명 ‘사이버테러’를 하고 다니는 곳이든,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 상이든 현실세계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넘는 폭력이 당연하다는 듯이 난무하고 있다.
이름 모르고 얼굴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 교차하게 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기본적인 에티켓(네티켓이라 부르기도 하는)의 선을 조금이라도 넘게 되면 이미 사태는 수습 불가능한 국면으로 치닫는다. 토론 게시판에서 서로를 향한 욕설이 도배되고,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 싶은 사이트를 떼거리로 몰려가 다운시키는 행위가 惡卽斬[각주:1]의 원리라며 정당화되는가하면,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해 타인의 사이버 머니 및 아이템을 훔치고 심지어는 빼앗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크고 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익명성'일 것이다. 현대 사회 전반의 도덕적 부재 역시 이러한 사이버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현실상의 폭력보다 훨씬 발전된 형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차이는 결국 익명성이 만들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익명성에 대한 지적은 수도 없이 나온 것이었지만 실제 현실세계에서처럼 공개성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이런 익명성에 의한 폭력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STAGE 2. 전쟁을 모티브로 한 게임들]
로제 카이요와(Roger Caillois)는 그의 저서 Les Jeux et les Hommes(Man, Play, and Games)(1958)에서 '놀이'를 크게 4가지로 분류한 바 있다. 그것은 각각 아곤(Agon), 알레아(Alea), 미미크리(Mimicry), 일링크스(Ilinx)이다.[각주:2] 1) Agon(그리스어로 시합 혹은 경기)은 경쟁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놀이의 원동력은 그 분야에 있어 자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에 기반을 둔다는 것이다. 2) Alea(라틴어로 요행, 우연)란 '운'(luck)을 의미한다. 플레이어의 의지에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가 전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결정에 기초하는 형태이다. 3) Mimicry(영어로 흉내, 모방, 의태)는 크게 2가지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바로 '현실의 모방'과 '환상의 수용'이다. 바로 놀이란 현실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는 의미이고, 동시에 그 놀이를 하는 동안은 그 놀이 자체가 현실이라는 '환상'을 받아들이게끔 성립된다는 의미이다. 4) Ilinx(그리스어로 소용돌이)는 '현기증'을 의미한다. 일시적으로 지각의 안정을 파괴하고 기분 좋은 패닉 상태를 일으키려는 시도로써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는 바로 롤러코스터이다.
물론 게임은 단순한 시간 때우기用 놀이로서 시작했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현재 떠올리는 게임들의 효시는 대부분 간단한 전쟁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하자면 인류의 삶에 있어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던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을 통해서 생존해야 했던 모든 이들에 있어 게임은 실전에 앞서 중요한 전략을 연구․개발하고 실습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였던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놀이의 연장선상에서 보는 이들은 흔히 카이요와의 분류법을 적용시키고는 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앞으로의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 이 분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기로 한다.
① 고전적 게임
대표적인 고전적 전쟁 게임이라 한다면 역시 체스와 장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체스는 서양의 전쟁을 모티브로 했다면 장기는 동양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체스를 간단하게 들여다보자. 여러 가지 룰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King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편의 King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편 King을 한수 앞에 두고 있으면 이를 Checkmate라 하고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King이라면 플레이어가 직접 손으로 쓰러트리면서 게임은 종료된다. 결국은 죽으면 끝이라는 것. 그리고 죽이면 끝이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살기 위해 죽여야 한다는 것. 물론 이것이 완전한 전쟁의 양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단순하다. 아무리 고대의 전쟁이라 하더라도 협상과 전략적 제휴, 휴전 등은 존재했을 것이나 이를 모두 고려해서 게임에 반영하기엔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유로 그러한 간단한 형태를 취했을 것이다. 카이요와의 분류법을 적용해보면, 체스나 장기 등은 Agon과 Mimicry가 혼합된 형태이다.
고전적 게임의 이러한 간단한 게임의 법칙은 물론 현실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되려 현실세계에 원색적 모습으로 재적용 되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어려서 누구든지 체스나 장기 안 둬본 사람 없고, 전쟁놀이 안하고 자란 사람 드물다는 것이다. 오버해석일수도 있지만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간단하지만 잔혹하고 냉철한 생존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 였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간단한 법칙이 적용되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他집단과의 공생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르완다 내전이라든지 현재까지 이어져온 한국의 분단 상황이 그런 예이다. 다른 한쪽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쪽이 사라지리라는 암시가 깔려 있는 것이다.
② 오락실용 Console(콘솔)게임
흔히 오락실이라 불리는 공간에는 비디오 게임(console게임)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 컴퓨터가 게임을 제외한 여러 가지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을 한다면 이 장치들은 단순한 게임만을 위해 제조된 '게임기'이다. 컴퓨터와 PC방이 보급되기 이전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컴퓨터용 게임으로는 제작하기 힘든 건-슈팅(Gun shooting)게임이라든지 댄스, 래프팅 게임과 같은 활동적인 게임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슈팅 게임이나 아케이드식 게임들은 Agon과 Alea가 작용한다. 한편 댄싱, 레이싱, 혹은 래프팅 게임 등은 Agon은 물론 Mimicry와 Ilinx도 작용한다. (물론 현기증이라는 측면에서는 놀이공원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많은 것이 건-슈팅 종류의 게임들인데, 물론 각각에 전제되어 있는 상황들은 차이가 난다. 어떤 게임은 마피아의 음모를 파헤치는 비밀요원의 모험으로, 또 어떤 게임은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좀비들이 출몰하는 지역을 하나씩 되찾아가는 시민들의 이야기로, 또는 거대한 전쟁에 이등병으로 참가하는 이야기로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엔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는데, 적이 먼저 나에게 상처를 입히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것, 그 적들이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죽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게임 오버라는 사실이다. 이는 아무래도 미국식의, 혹은 일본식의 전쟁관이 삽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내 옆에 서 있는 플레이어 이외의 모든 이는 적이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지가 아닌 모든 이를 멸해야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자기가 무엇을 쏘는지, 정확하게 몇을 죽이고 몇을 파괴했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단지 점수를 더 많이 얻고 옆에 있는 사람보다 많이 죽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레골라스와 김리가 '누가 더 많이 죽이나'를 놓고 경쟁하듯이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결국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또는 "스트레스 해소에 전자파 몇몇이 조작된 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거 아니냐."라는 것으로 정당화될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 소총으로 쏘아죽인 프로그램 속의 병사들이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게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스트레스 해소용 '놀이'라 하더라도 무의식 속에 남게 되는 것 아닐까. 사실 오락실용 게임들이 짧은 순간에 강력한 효과를 주어야 인기를 얻는 것이 현실이다. (one-coin 엔딩을 보는 사람들은 다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게임들에 비해 비쥬얼적 폭력성이 심한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그리고 컴퓨터와 비교해보았을 경우, 컴퓨터의 주변기기로는 커버하기 힘든 사실감을 충분히 소화해내기 때문에 더욱 주목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③ 컴퓨터 / 온라인 게임
그리고 이제 거의 게임이라 하면 주류로 인정받는 컴퓨터(computer-based) 게임들을 살펴보자. 그 중 프로 리그까지 개최되며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다음 장에서 따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온라인 게임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온라인 게임과 폭력성이 겹치는 시점에서 한국 지성인들의 뇌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다. 리니지. 수많은 폭력성 논쟁 끝에 미성년자 이용금지 판정까지 받았다가 PK(Player Kill 혹은 PvP, Player versus Player: 다른 플레이어의 캐릭터를 살해하는 행위)가 가능한지 가능하지 않은지에 따라 각각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로 나뉘었다. 피를 흘리는 것이 잔인하다 하여 피를 모두 파란색으로 처리한 Starcraft의 Youth버전도 있고, 실제로 World of Warcraft에서는 피가 빨간색이 아닌 초록색이어서 무슨 고름이 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컴퓨터라는 매체의 특징을 생각해보자. 이젠 컴퓨터라 하면 단순히 기능이 많은 만능 기계 정도의 것이 아니다. online이라 하는 새로운 세계와 개인을 연결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되기도 한 것이다. 그럼과 동시에 오프라인 세계와의 일시적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오묘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임계지역을 만들어낸다. 온라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온라인 게임은 현실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낸다. '아스가르드'(신의 세계라는 뜻의 바이킹족의 古語)라는 온라인 게임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의 세계에서는 미드가르드(인간의 세계)의 삶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게임이 아닌 그냥 사이버 세계에서의 자아는 현실적 자아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면 온라인 게임 안에서의 자아는 100% 다를 수도 있다. 그만큼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고 플레이어들은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 게임은 Mimicry의 가장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다. Agon과 Alea도 분명 존재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여 남들보다 뛰어난 어떤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과 경쟁, 그리고 아이템 드롭율 및 상호작용 과정에 있어서의 우연성 등이 사실 온라인 게임 유저들의 재미를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온라인 게임은 현실의 모방인 동시에, 유저들로 하여금 전혀 새로운 세계를 실재의 것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포인트라는 이야기이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은 한결같이 캐릭터들이 정해져 있다. 전사(Warrior)와 궁수(Archer), 그리고 법사(Mage)정도의 틀을 크게 벗어나는 캐릭터는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 뛰어난 게임이라고 평가받는 온라인 게임들을 보면 '실제 세계'와 비슷하다. 물론 여기서 실제 세계란 2006년 현재[각주:3]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말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이 사회에서 공존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대장장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들은 재료들을 수집해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사용할 무기, 방패들을 제조하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힐러(Healer)'라는 클래스의 캐릭터도 있다. 그에겐 아무런 무기나 공격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다친 이들을 치료해주고 그들의 전투를 도와주는(aid) 역할을 한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한국인에게는 인기를 끌 수 없는 클래스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모두 자신이 주인공이기를 바라고 직접 나서서 싸우고 남들과 경쟁하여 그들보다 우위에 있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Agon이라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한국 플레이어들의 특징이 폭력성을 더 조장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평화적인 캐릭터보다는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들의 감정을 방출할 탈출구만을 찾는다는 것이 문제다. 소비자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공급자들은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하는 존재들로서 플레이어들을 설정하고 그것을 제공하는 게임이 성공하는 것이 온라인 세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자유도가 극히 낮다고 평가되는 국산 온라인 게임들에 대항하여 새로운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의 개념을 도입한 게임들이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정착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리니지, 라그나로크 등의 국산 대작 온라인 RPG들은 '이미 존재하는 온라인의 세계에 RPG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World of Warcraft 등의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RPG들은 '1인, 혹은 2인에 국한된 콘솔 RPG에 온라인의 세계를 창조해준 격'이다. 이 구분을 정확하게 알게 해주는 것이 두 종류 게임에 나타난 '퀘스트'의 형태이다. 퀘스트(quest: 모험)란 말 그대로 어떤 주어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에 따르는 과정을 모두 수행하고 완료시 보상을 받는 것이다. 이것이 많은 온라인 게임의 장르를 단순한 ‘액션’이 아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싱글 플레이용 RPG게임들은 이 퀘스트의 연속이다. MMORPG는 그런 PC용, 혹은 콘솔용 RPG에 방대한 멀티플레이 속성을 부여한 것이고 따라서 게임의 진행이 거의 퀘스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Mimicry적 속성의 강화이다. 사실 삶은 따분하다. 물론 인생이 미치도록 바쁜 사람도 많지만, 따분한 삶에서 탈피해보려 게임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온라인 RPG 게임이라는 것들의 작태가 며칠동안 같은 몬스터만 때려잡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아진 캐릭터의 위상을 위해 달리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현실보다 더 따분한 게임을 하고 앉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제기되어왔다. 따라서 사람들이 삶을 살아나가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모험을 겪듯이 온라인 상의 캐릭터도 경험을 쌓고 모험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유저들은 조금이나마 더 현재 자신의 삶에 가까운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그 세계로의 동질성은 더욱 강화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MMORPG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죽음'과 '전쟁'에 대한 패널티다. 온라인에 RPG가 부여된 기존 게임들에서는 죽음의 대가는 굉장하다. 물론 죽임(PK)에 대한 대가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아무래도 '이미 형성되어 있는 공동체, 사회'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죽을 시 경험치를 잃는 것은 물론,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아이템, 머니 역시 잃게 된다. 그리고 다른 유저를 PK했을 경우도 다분 게임체계에서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MMORPG의 관점으로 봤을 경우 굉장히 불합리하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게임하다 죽는 게임들에서는, 세이브 지점으로 자동 귀환하면 그만이지 않은가. 패널티가 있다면 단순한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World of Warcraft를 보면 확연히 차이를 알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유저들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두 진영으로 나뉘는데, 게임의 궁극적 목표가 어느 한 진영의 승리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PK와 결투는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죽음으로 인해 받는 패널티는 사실상 '0'에 가깝다.
MMORPG가 Agon만을 추구하는 한국 온라인 게임계의 문제를 일정부분 해소할 수는 있겠지만, 온라인 게임 유저들이 평화적인 캐릭터보다는 현실세계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그들의 감정을 방출할 탈출구만을 찾는 것이 현실인 한 분명 한계가 있다. 죽음(혹은 죽임)에 대한 패널티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는 평가를 내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사이버의 세계에서 전쟁이 차지하는 의미가 변해간다는 것만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공급자들은 맞춰주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 MMORPG 게임들이 기존의 게임들을 누르고 엄청난 수의 유저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보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 노부히로 와츠키 작 「流浪に劍心」의 등장인물 사이토 하지메의 말 [본문으로]
- Only a Game 블로그의 Roger Caillois' Patterns of Play 및 그 하부 포스트 참조. [본문으로]
- 본 포스트는 2006년 6월에 작성됨.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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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3.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안의 전쟁]
전략 시뮬레이션(RTS : Real-Time Strategy)이란 무엇인가? 전략(strategy)과 시뮬레이션(simulation)이 합쳐진 말이고, 사실 최근 몇년 간의 전략 시뮬레이션은 실시간(Real-Time)이 그 기본틀로 자리 잡았기에 '전략시뮬'이라 하면 RTS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는 어떤 종류의 게임인가. 바로 전략을 사용하여 가상적인 전쟁을 하는 게임을 말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전쟁’ 자체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게임 장르(Wargaming)라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체스의 고급적 발전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훨씬 다양한 가능성이 주어지고 훨씬 다양한 전략이 주어질 수 있는 게임들이다. 카이요와의 분류법[각주:1]으로 본다면 역시 Agon과 Mimicry의 혼합 형태겠지만, 고전적 게임들에 비해 훨씬 더 Agon적 요소가 강조된다. 여기에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StarCraft]라는 게임도 포함되고 현시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기준을 제공한 WarCraft 시리즈의 3번째 작인 [WarCraft Ⅲ]도 있다. (물론 Blizzard사[각주:2]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인터페이스와 타사의 그것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고 전자를 두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모든 것이라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게임이라 한다면 현재 EA사에 합병된 Westwood Studios의 [Command & Conquer : Generals][각주:3]가 있다. 이들 게임에서의 전쟁의 양상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① 2개社의 세 가지 게임 비교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와 워크래프트Ⅲ(이하 워크)는 블리자드社의 대표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고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들이다. 스타는 미래의 인류가 우주 공간에서 2개의 다른 종족과 벌이는 전쟁에 관한 이야기고, 워크는 판타지적 요소가 첨가된 게임으로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았다.) 암흑의 마법과 그에 대항하는 세력들의 이야기를 기본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세세한 차이에 앞서 먼저 전반적인 차이를 따져본다면, 아무래도 미래의 엄청난 파괴력과 화력으로 무장한 스타는 워크보다 속도감 있는 플레이와 많은 유닛[각주:4]으로 싸우는 소위 ‘물량․힘 싸움’을 매력인 반면, 워Ⅲ는 중세의 강하지 않은 칼과 갑옷, 또는 화살과 화약의 세계를 표방하여 속도감은 조금 떨어지지만 세세한 유닛 컨트롤과 고도의 심리전,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서로 생산 가능한 유닛의 한계치도 다른데, 스타는 200단위까지 지원하는 반면 워크는 100단위까지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자면 스타는 대량으로 생산하고 그를 많이 소비하는 형태의 게임을 추구한다면 워크는 많지 않은 숫자로 얼마나 관리를 잘하고 오래 살려서 많은 효율을 얻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이다.
웨스트우드社의 커맨드&퀀커(C&C)시리즈는 블리자드社의 게임들과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c&c는 주로 현실적인 ‘실제 존재했던’ 그러한 전쟁들을 모티브로 제작되어왔다. [C&C: Red Alert!]은 2차 대전 이후의 미․소 냉전 시대를 무대로 했고, 2003년 발매된 [C&C: Generals]는 최신 중화기로 무장한 미국과 그에 대항하여 게릴라 전술에 능한 G.L.A.(지구 방위대: 중동을 지칭)와 군사적, 경제적 다크호스인 중국(Red China)의 세력 다툼을 모티브로 취하고 있다. 미래의 전쟁이라든지 중세(middle earth)의 마법이 난무하는 전쟁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밸런스[각주:5]를 맞추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중동보다 미국의 화력이 더 세고, 실제적으로 미군보다 중국군의 머리수가 더 많은걸 왜 인위적으로 바꿔야하는지 되묻는 것이다.
이들 게임에서 보통 시작 때 가장 기초적인 본부 건물과 일꾼이 몇 주어진다. 그들을 이용하여 자원을 채집하고, 그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적을 꺾을 군대를 형성하여 전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은 상대방 진영이 전멸할 때까지, 혹은 상대 플레이어가 게임을 포기할 때까지 계속된다. 소위 말하는 elimination(전멸)룰이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은 실제 야전사령관 못지않게 이들 군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 지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여기서 현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을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데, 바로 ‘전멸’이다. 실제 ‘전멸’을 전제한 전쟁은 현실 세계에 흔치 않다. 인류 역사에 전쟁이 처음 생긴 계기 역시 다른 부족의 인력, 자원을 얻기 위함이지 단순히 그들을 ‘전멸’시키고자 함은 아니지 않았던가. 이 점을 생각해보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안의 전쟁은 다분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② 사실성(reality)의 분계점은?
C&C에선 항상 부상당한 병사는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느려진다. 손상된 탱크나 전투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워크나 스타에서는 체력이 전체의 10%가 남았든 반이 남았든 아니면 완전하든 그 유닛의 효용성은 같다. 워크Ⅲ에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있다. 팔라딘(Paladin)이라는 휴먼(Human)족 영웅이 있고, 그는 ‘Holy Light’라는 아군의 체력을 채워주는 마법과 동시에 자신을 몇 초간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Divine Shield' 스킬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또 등장하는 풋맨(Footman: 보병)과 그가 참전한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풋맨 : “으악! 죽겠어요. 악! 내 다리가 !!!”
이 유머는 실제 상황과 게임 상황의 불일치를 날카롭게 꼬집고 들어선다. 게임 상에서는 단순히 ‘힐(heal)’만 되면 새것처럼 다시 유닛을 전쟁에 사용할 수 있다. 실제 전쟁에서도 그러한가. 사실 거의 죽어가던 병사의 에너지를 모두 회복시킨다는 자체가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팔 다리가 뜯겨 나갈 수도 있는데, 싸우다 칼이 부러질 수도 있는데, 체력만 채우면 완벽하게 재생될 수 있다는 이 게임의 전제를 비웃고 있는 것이다.
팔라딘 : “조금만 더 버텨라! 홀리라이트!”
풋맨 : “으윽; 내 팔이 뜯겨 나갔어...”
팔리딘 : “아직 몸빵은 끝나지 않았다! 홀리라이트!”
풋맨 : “아,아악...제길...으헉...”
팔라딘 : “이제 거의 다 됐다, 홀리라이트!!”
풋맨 : “으,으허...차라리 죽여줘...”
팔라딘 : “쿨 다운[각주:6]이 끝났군, 디바인 쉴드!”
풋맨 : “악, 도망치지 마요 !!!”
팔라딘 : “수고했다. 이젠 죽어도 좋다.”
풋맨 : “야 !!!”[각주:7]
스타든 워크든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소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게임이 무조건 현실 세계와 전쟁의 모습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마법과 미래의 세계이니 말이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비현실성이라 함은 바로 전쟁 양상의 비현실성이다. 피가 파란색이던가? 피를 한 번도 실제로 본적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피가 빨간색인건 다 알지 않을까. 이러한 비현실적인 세팅은 사실 이들 게임 속의 전쟁을 엄격한 의미에서 전쟁이 아니라고도 말할 수 있게 되는 근거가 되고, 플레이어들의 전쟁관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③ 그 안의 또 다른 전쟁
도대체 어디까지가 사실적이고 어디까지가 비사실적인가. 팔 다리가 찢겨나가는 것이 눈에 보이고, 내장이 튀어나온 시체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 아니면 그냥 단순한 프로그래밍에 의해 작동하는 인형 같은 컴퓨터 모델들? 일정한 쿨다운을 가지고, 일정한 공격 속도와 이동속도를 가지며, 그것이 달라질 경우 제작자들에게 욕설이 퍼부어지는 그런 게임들? 솔직히 어디까지 사실적으로 만들어야하며, 사실적인 것이 플레이어들의 정신에 좋은 것인지, 아니면 비사실적인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한데, 전쟁의 양상 자체는 현실세계를 은폐, 왜곡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그 대상이 사람이나 감정을 가진 어떤 것이 아니라 단순한 물건이라는 인식을 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게임 속의 전쟁이 현실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여기서 또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실제의 전쟁은 상당히 참혹하다는 점이다. 잔인한 만큼 인간적인 냄새도 물론 날 수 있겠지만 게임 회사들은 되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현대의 내재적 폭력을 게임에 담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전쟁의 모든 추악함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아무도 그 게임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결국 어느 정도에서 타협점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가 현재까지 일종의 ‘정석’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최대한 혐오감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어난 것이 바로 혐오감 없는 전쟁, 그것이 게임 속의 또 다른 전쟁이다. 이는 표현하자면 현실과 체스의 중간이다. 초등학생들부터 직장인들까지 별 느낌 없이 게임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 전쟁. 자신들이 죽이는 상대편의 유닛들과 이라크 전쟁에서 죽어간 중동인들을 전혀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없는 전쟁. 이 전쟁에 수백만의 국민이 열광하고 있다.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프로 리그까지 개최해서 중계까지 하는 전혀 다른 세계의 전쟁인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MMORPG의 어떻게 보면 파격적인 전쟁 개념 도입으로 인해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STAGE 4. Ending Credit]
우리는 앞서 논의를 진행함에 있어 R. 카이요와의 분류법을 사용하였는데, 핵심은 바로 Mimicry에 있었다. 물론 Agon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것일 뿐 그것이 핵심이라고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게임 세계에서 점수를 많이 쌓고 소위 ‘지존’이 된다 하여도 결국 남는 것은 현실적으로 몇 없거나 심지어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게임을 함에 있어 목적은 전부 다르다. 시간이 남아돌아서 일수도 있겠고, 휴식 및 재미를 위해서일수도 있겠고, 생업을 위해서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게임을 접하든, 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특정 세계관을 제공하려 한다. 이 세계관은 게임 개발자의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게임이 모티브가 된 소설이나 영화의 것일 수도 있다. 사실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작업이다. 이것은 마치, 공상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함에도 손에 땀을 쥐고 감상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것이다. 그 세계관은 일종의 ‘서사’이고, 그 서사를 따라 플레이어들은 여행을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서사들이 그렇듯, 일단은 게임도 현실의 모방에서 시작한다. 현실의 모방에서 시작하지만, 현실과는 엄연히 다른 그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게임의 흡입력이다. 그리고 이 Mimicry적 흡입력은, 게이머들이 ‘일탈’을 꿈꿀 때 더욱 강렬해진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단 한 번도 게임이 무엇인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이 무엇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가질까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다. 단지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컴퓨터를 좋아하는 까닭에 단순히 게임을 많이 접할 뿐이라고 여긴다. 다른 모든 것은 양보해도 이 질문 하나만은 꼭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들여다보고 있는 모니터 속의 전쟁은 과연 전쟁 그 자체일까 하는 질문. 사실 어린 아이가 봐도 아니란 걸 아는데, 사람들이 이를 전쟁에 대입하고 그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대인들은 복잡한 무언가를 싫어한다. 가령 Microsoft사의 Age of Empires 시리즈는 전근대의 전쟁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kill to win(이기기 위해 죽인다)이라는 논리 이외의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어 진정한 ‘전략가의 게임’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반면 Starcraft나 Warcraft시리즈의 게임들은 그 논리(kill to win)에 가장 충실한 게임이라 할 수 있고 그렇기에 전자보다 쉽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내가 살기 위해서 적을 죽여야 한다는 논리, 혹은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가장 큰 호응을 얻는 세계인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죽이고 이기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람들은 이것이 실제 전쟁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더 빠져 들 수도 있다. 이 세상에 그 누가 실제 전쟁이라고 생각하면서 게임을 하겠는가. 사활을 둔 프로게이머들의 혈투에서 그들은 그렇게 자기암시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조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잠시나마라도 실제 전쟁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주 잠시나마 말이다. 분별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지성인이라고 자부하는 대학생, 일반인들조차 그렇게 느낀다면?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혼동하는 경우의 예는 수도 없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1년 전 쯤 발생한 GP 김일병 사태가 전적으로 게임중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100% 영향이 없었다고 말하기엔 어려움이 있지 않은가. 게이머들의 무의식 속에 스며든 전자 모형에 대한 폭력성은 현실 세계의 전쟁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결론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라는 헛소리 대신 게이머들을 위한 간단한 충고를 하고 싶다. 당신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전자파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당신의 삶에 더 많다는 것. 게임은 게임으로 즐기되 그것이 제공하는 가치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것. 너무나 단순하다고 생각된다면, 복잡하게 살아라. 아니면 가장 간단하게 게임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지만 하던 게임을 멈추라는 뜻은 아니다. 게임 속의 전쟁과 폭력성에 대한 답은 사용자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 그것은 블리자드나 EA스포츠와 같은 거대 게임社들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소비자의 입맛을 맞춰야 하는 입장일 뿐이 아닌가. 게임 세계의 미래는 바로 게이머들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들이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게임을 접하지 않는 이상 게임은 게임 이상의 그 어떤 것으로 삶을 지배하고, 결국은 현실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삶의 일정 부분을 게임에 할애하는 현재 우리의 삶을 비추어보았을 때, 어쩌면 현실의 평화란 스크린 속 세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지도 모른다.- 간략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 본 포스트의 1편을 참조바람. [본문으로]
- Blizzard Entertainment : 미국을 본사로 하는 게임 회사 [본문으로]
- Command & Conquer는 현재 오리지날인 Tiberium 시리즈로 계속 릴리즈 중이고, 이 이외에 Red Alert!라인과 Generals라인이 따로 존재한다. [본문으로]
- Unit: 병사 또는 기계류의 단위로써 게임 용어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았다. [본문으로]
- game balance -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안의 여러 종족(power)들 간의 세력 균형. 이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일방적인 승리 또는 일방적인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이다. [본문으로]
- Cool Down : 어떠한 스킬이나 마법을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할 수 있기까지 걸리는 시간 [본문으로]
- WarcraftXP 홈페이지 유머 게시판의 눈썩동 시리즈 41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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