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남들의 띰띰한일상 2012. 12. 21. 13:44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 김현태의 선물하기 좋은 시집

    <그대는 왠지 느낌이 좋습니다> 중에서

     

     

     

    Mel Torme
    The Christmas Song
     


    '남들의 띰띰한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자의 눈  (0) 2013.02.07
    대한민국은 1인 기업 전성시대...  (0) 2013.02.06
    담백함(澹泊) - 허필  (0) 2012.12.05
    가장 아름다운 책  (0) 2012.11.18
    歲月不待人(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0) 2012.11.18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