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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보내고 싶지않은 5월입니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또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은 좋은날 기쁜날도 많지만 특히 이번 5월은 슬픔도 안고 있습니다.
세상 어떤 좋아보이는 자리에도 다 그만한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을 추모의 행렬이 끊이지않았던 이 시각까지 삶과 죽음은 하나이지만 선택은 우리의 몫이 아니지 않는냐고,... 어느 누구가 그럽디다만 따스한 손길 이제는 그 손을 놓아야만 하는군요.... 창문 밝은 새 아침 아침 햇살에 찔린 새들이 일어나 수군거립니다 아! 그런 5월도 이제는 유월이 코앞이라 거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등성이가 온통 초록으로 눈이 시립니다. 5월의 꽃 라일락 향기가 은은한 시골 초가삼간 대청마루 큰 대자로 누어 책 읽다 잠들어 봄꿈 꾸던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이맘 때엔 벌써 지지난 겨울에 본 소백산 연화봉에도 철쭉이 한창이겠지 진달래, 철쭉만 보면 궁핍했지만 꿈 많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있어서 좋다.
유년시절 여름방학 때면 부산에 다니러 오시는 친척들에게 언제든지 마음내키면 손잡고 보채듯 집안 아제들 따라 삼량진, 밀양, 청도 시골 길을 기차타는 재미에 동네 만화방가듯 따라 나섰는데
구포역을 벗어나 드뎌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보일락말락 강 저편 건너 마을이 나는 늘 궁금했었다 그 시절 나를 유독 귀여워 해 주시던 밀양큰집 덤이아제가 그래었다 그 집안에서는 제일 인물좋고 배운게 많아 한껏 기대를 한몸에 지니셨던....허나 무슨 얄궂은 운명, 해군가서는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하셨는데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라 하여 ‘참꽃’이라 부르고 철쭉은 먹을 수 없다 하여 ‘개꽃’이라 하셨지요
그 덤이아제 옆에는 항상 덩치 큰 누렁이 세파트가 졸졸 따라 다녀었는데 너른 집 대청마루에서 앞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등성이 복숭밭 원두막에서 둘이 앉아 아무 돌이나 주워서 누렁이에게 냄새 맡게 하고는 산 아래를 향해 한껏 던지면 신기하게도 두말 않고 쏜살같이 달려가 금새 그 돌을 물어오곤 했다. 참 영리하더니만 그 개도 그 해에 음식 잘못 먹고 아제따라 갔다고 큰집 할매는 곰방대 두들기며 긴 한숨으로 제게 내 뱉으셨습니다 그냥 육군가셨더라면....어쨌을까 하는 어린 마음에 나는 그 때도 그저 안타까웠다 몇몇해 전 그 마을에 종친회 모임으로 갔더니 바로 옆 동네에 국립대학이 옮겨와 들어서서 도로 표지판에 짐짓 놀란 나는 잠깐 착각하여 길을 잘못 들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산대학 밀양캠퍼스라니요....^^ 매화 한 송이에 온 산이 봄이지만 복사꽃 피어나면 매화는 시들고 말지만 복사꽃도 빨간 자태로 얼굴 붉혀 수줍어 하다가 이내 열매를 맺어면서 수줍게 얼굴 떨구고 만다 그 복숭아 무릇 익을 때면 울 막내 방학이겠지 아, 꽃 피고 지는 중에 봄날이 갑니다.........^^*
Isadora / Paul Maur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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