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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강에 삽질하는 대통령, 내 시를 망치고 있다" / 정희성 시인남들의 띰띰한일상 2013. 10. 17. 11:43
"저문강에 삽질하는 대통령, 내 시를 망치고 있다"
"저문강에 삽질하는 대통령, 내 시를 망치고 있다"
정희성 시인도 4대강사업 비판 "강은 사라지고 수로만 남게 될 것"
‘저문 강에 삽을 씻고’란 시로 유명한 정희성 시인이 현 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인한 곤혹스러움을 토로했다. 그는 7월3일 야당과 시민사회가 주최한 ‘4대강공사 중단 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을 위해 노래한 시(저문 강에 삽을 씻고)가 요즘 대통령이 삽질하는 바람에 이상하게 됐다”며 “저항시인이 어용시인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날 문화제에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얼은 강을 건너며’ 등 자신의 시 두 편을 낭독한 정 시인은 “시인들이 생각하는 강은 모래톱, 여울, 징검다리, 물소리가 있는 곳”이라며 “4대강 공사가 끝나면 강은 없고 수로만 남게 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밝혔다.
1970년 등단한 정 시인은 당대 민중들의 현실을 절제된 감정으로 그려낸 시세계를 구축했단 평을 듣는다. 지난 2006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9381Viewer
정희성
1945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1974년 첫 시집 <답청> 간행, 1978년 두번째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을 간행하였으며 1981년 제1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였다. 1991년 세번째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을 간행하고 1997년 시와시학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숭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중이다. 이 외의 저서로는 <한국현대시의 이해>(공저) 등이 있다.
고마워요 미안해요 일어나요(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추모시집)-화남출판사(2009.07) / 돌아다보면 문득-창작과비평사(2008.08) / 시를 찾아서(창비시선 207)-창작과비평사(2001.06.01) /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비시선 91)-창작과비평사(1991.04.01) / 저문 강에 삽을 씻고(창비시선 16)-창작과비평사(1978.11) / 답청-문학동네(1997.06.10)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가난한 도시 노동자의 삶의 비애
하루 일을 마치고 강물에 삽을 씻으며 고단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중년 노동자의 모습을 통해, 힘들고 고달픈 노동을 한평생 해 왔지만 결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의 삶의 비애를 그리고 있다. 화자는 도시의 공사판에서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노동자이다.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잠시 강변에 들린 화자는 강물에 삽을 씻으며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그런데 화자가 느끼는 정서는 체념과 좌절에 가깝다.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그저 담배나 피우는 화자의 무기력하고 실의에 찬 모습은 도시 노동자의 비애와 설움의 정서를 환기시킨다. 마지막 부분의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에는 변함없이 반복되는 가난한 현실의 삶을 수용하는 체념적 태도를 보여 준다.
이 작품은 노동의 현장에서 비롯된 구체적 삶의 경험을 ‘강’이라는 자연물의 심상과 결합시켜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형식의 자유로움과 더불어 삶의 진실추구라는 감성의 역동성을 동시에 확보한 참여시이다.
전16행 단연으로 이루어진 자유시로 내재율을 지니고 있다. 시의 주된 제재는 강물이며, 주제는 강물에 삽을 씻으며 느끼는 인생의 의미 또는 도시 노동자의 비애라고 할 수 있다.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삶의 궁극적 가치를 반추하는 중년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아픔을 차분하고 단아한 어조로 그려낸 서정시이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저문 강(중년의 삶)’, ‘썩은 물(비판적인 세상)’, ‘흐르는 물(민중의 한과 비애)’ 등에 사용된 상징적인 시어의 사용을 들 수 있다. 연의 구분이 없는 단연시이지만 의미상 네 단락으로 구분된다.
정희성은 절제된 감정과 차분한 어조로 우리시대의 노동현실과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민중의 슬픔을 노래해온 시인이다. 이 시 역시 정희성의 시세계를 잘 드러낸 것으로, 민중시가 나아가야 할 모델을 제시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특히 작가의 신념과 역사의식을 강조하지 않고 민중의 삶의 현장을 시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시적 화자의 목소리와 시적 상황과의 괴리감이라는 민중시의 한계를 극복해낸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얼은 강을 건너며
얼음을 깬다
강에는 얼은 물
깰수록 청청한 소리가 난다
강이여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물은 남몰래 소리를 이루었나
이 강을 이루는 물소리가
겨울에는 죽은 땅의 목청을 트고
이 나라의 어린 아희들아
물은 또한 이 땅의 풀잎에도 운다
얼음을 깬다
얼음을 깨서 물을 마신다
우리가 스스로 흐르는 강을 이루고
물이 제 소리를 이룰 때까지
아희들아
암울한 시대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 억압적 현실에 대한 저항 의지
이 시의 전반부에서는 차가운 현실을 이겨 내기 위한 노력이 드러나 있고, 후반부에서는 현실 극복 의지가 잘 드러나 있다. 화자는 현재의 현실을 얼음이 언 강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것은 곧 1960~1970년대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고, 얼음을 깨는 행위는 그러한 현실에 대응하여 바른 세상을 만들어 가는 노력을 뜻한다. 따라서 이 시는 강렬한 저항적 의지가 형상화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봉화산 [노무현대통령 추모시]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당신 떠난 그 자리에
사람들이 서성이며 울고 있습니다
아아 천둥 번개 비바람 지난 뒤에서
당신 떠난 빈 자리에
사람들은 숲이 되어 서 있습니다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 앞에서 그대 부음을 듣고 [김대중대통령 추모시]
서둘러 그대를 칭송하지 않으리
이승의 잣대로 그대를 잴 수야 없지
그대는 나에게 한이고 아쉬움
이 아쉬움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우리들의 몫이지만
그대는 처음 죽는 사람도 아니고
이 더러운 현대사 속에서
이미 여러 번 살해당한 사람
나는 전쟁통에도 불타지 않은
금강산 건봉사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러
그대의 마지막 부음을 듣는다
둘이 아니라면 하나
하나도 못 된다면 반쪽이지
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한데
걸어온 길이 뒤집히는 꼴을 보면서
그대는 기어이 등을 보이는구나
아아 노여움을 품고
한 시대가 이렇게 가는 거지!
누가 와서 내 가슴 쓸어주었으면!
사명대사 동상과 만해 시비(詩碑)앞에 서서
나라 사랑 못 느낄 자 누구랴마는
나는 별수 없는 떠돌이 시인
그대가 끝까지 귀를 열고 기다렸을
좋은 소식 전해주지 못한 채
고성 외진 바닷가에 이르러
마시던 술을 바다에 쏟아버린다
그대여 이 경박 천박한 세상 말고
개벽세상에나 가 거듭 나시라항상 감사히 여겨라!
Let us rise up and be thankful, for if we didn't leam a lot today, at least we leamed a little, and if we didn't leam a little at least we didn't get sick, and if we got sick, at least we didn't die; so, let us all be thankful.
일어나면 항상 감사히 여겨라, 비록 오늘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을지라도, 조금이라도 뭔가를 배웠지 않은가. 설혹 조금도 배운 것이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아픈 데는 없지 않은가. 혹시 아팠다면, 최소한 죽지는 않았지 않은가. 따라서 항상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 (부처)'남들의 띰띰한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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