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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악따라 당신 휴가가 달라진다
    흔해빠진 일반상식 2013. 7. 19. 02:28

     

    조선일보 2013.07.18 (목) 주말매거진

     

    음악따라 당신 휴가가 달라진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당신의 휴가가 달라진다. 물론 때로는 아무것도 듣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그러나 음악이 필요할 때 당신의 음악 재생 기기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무엇인지는 매우 중요하다.

    그 음악은 좁은 차 안의 공기를 캔디향으로 바꿀 수도 있고 바비큐 파티를 댄스 파티로 변하게 할 수도 있다.

    좋은 음악은 새벽 숲 안개와 협연하고, 홀로 나선 밤 바다 리듬에 맞춰 멜로디를 변주한다.

     

     

    DJ DOC의 ‘여름 이야기’를 틀어야 할 때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트는 당신은 센스 없을 뿐 아니라 배려심 없다.

    시끌벅적한 해변 파티에서 줄창 1990년대 댄스 그룹의 여름노래만 틀다가는 금세 물린다.

    잘 고른 노래들을 강약과 완급을 조절해 플레이하면 어쿠스틱 기타 한 대의 연주도 오케스트라처럼 들리고,

    헤비메탈 음악도 배경음악으로 손색없다. 음악은 집중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을 듣기 좋은 순서에 맞춰 트는 것,

    그게 바로 디스크자키의 일이다. 좋은 음악이 굳이 클래식이나 재즈일 필요는 없다.

    대중음악에도 얼마든지 좋은 멜로디와 리듬, 노랫말이 있다. DJ에게 좋은 노래란 잘 아는 노래와 들어본 것 같은 노래,

    전혀 모르는 노래를 적절히 섞되, 각각의 노래들이 리듬과 멜로디, 가사에서 연관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어느 한 노래가 갑자기 튀거나 가라앉으면 감상도 되지 않고 대화의 리듬도 깨진다.

    올여름 휴가에서 무슨 노래들을 어떤 순서??틀어야 할지 모르는 당신을 위해 여기 노래 묶음 4세트를 준비했다.

    이 곡목들이 최선은 아닐지언정, “제발 음악 좀 꺼!”라는 불평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사실 휴가 때 들을 음악을 신문에서 추천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음악 컬렉션이란 나이와 성별, 직업과 취향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조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튀는 음악들은 모두 배제했다.

    이를테면 드럼과 베이스가 극단적으로 강조된 덥스텝(Dubstep) 유의 댄스음악이라든가,

    마초 촉진제 역할을 하는 헤비메탈 계열을 제외했다(일부 헤비메탈은 운전자의 아드레날린을 과잉분비시켜 안전운전에

    해가 되기도 한다). 모든 종류의 고전음악과 국악, 정통 재즈도 제외했다. 그 음악의 팬들은 굳이 휴가 컬렉션을 만들어 바치지 않아도 알아서 좋은 음악을 들을 줄 안다. 아이돌 음악도 전혀 없다. 휴가지에서 아이돌 음악을 들을 사람은 이 기사의 독자가 아니란 생각이다. 트로트도 배제했다. 트로트는? 너무 튄다. 또 DJ DOC나 박명수의 노래처럼 너무 잘 알려진 노래들도 가급적 뺐다.

    곡목들은 운전할 때 차 안에서 듣기 좋은 ‘길 위에서’, 휴가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들을 ‘낯선 곳에서의 파티’,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 앞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 어울릴 ‘자연과 마주한 순간’,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자 휴가 여행 떠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혼자만의 시간’으로 분류했다.

     

    총 54곡을 고르려고 CD 수백 장과 씨름했으며 서로 골라달라고 아우성치는 노래들 때문에 즐겁게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음악 리스트를 골라 내놓는다는 것은 한 편의 원고를 쓰는 것과 같아서 ,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A piece of writing is never finished). 마감시각까지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 중단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이 노래 목록에 대한 불만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며 당연한 것이다.

     

     

    길 위에서(13곡·총 47분5초)

    세계로 가는 기차 들국화
    80년대 한국 록 음악의 대표하는 언더그라운드 그룹인 들국화의 데뷔 앨범[1985]에 수록된 곡. 당시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에 대해 노래할 때 밝고 경쾌한 멜로디와 도전적인 가사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의 포크록 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 내시의 1969년 곡 ‘마라케시 익스프레스’를 첫 곡으로 골랐다. 이 노래가 과연 1960년대 만들어지고 녹음된 것이란 말인가. 길이 막 뚫리기 시작했을 때 듣기에 더없이 좋은 노래다. 이 노래는 미국에서도 여름에 가장 많이 신청되는 곡으로 유명하다. 모로코의 마라케시를 달리는 열차 풍경을 노래했다. 이 노래가 놀라운 것은, 그 멜로디와 리듬의 감성이 그 다음에 이어지는 토이와 에피톤 프로젝트, 심지어 윤상의 일렉트로닉 음악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들국화 1집의 명곡 ‘세계로 가는 기차’가 그 뒤에 이어지면서 비트가 조금씩 빨라지고 음악의 댐핑(damping), 즉 ‘쿵쿵’ 하는 정도도 강해진다. 이어 한대수 1집 수록곡 ‘오면 오고’로 리듬이 누그러지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한대수의 거친 목소리가 보정해준다. 이어 존 덴버와 마이클 부블레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흐르면, 미국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안 가본데가 없어요(I’ve Been Everywhere)’ 순서다. 이 노래는 가사 그대로 미국 전역을 안 가본 데 없이 돌아다녔던 컨트리 가수 행크 스노우가 불렀지만, 녹음 품질상 자니 캐시 버전을 골랐다. 서수남·하청일의 ‘팔도유람’이 이 노래를 변주한 곡이다. ‘서핑 USA’로 이름난 비치 보이스의 ‘코코모’와 터틀스의 ‘해피 투게더’가 뒤를 잇는다.

    낯선 곳에서의 파티(14곡·총 56분56초)

    장미꽃 불을 켜요 조용필
    선명한 멜로디로 구현된 라틴 댄스 장르인 이 곡은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이정도 수준의 라틴 음악이 국내 대중음악에 등장한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고기가 익고 맥주잔이 돌 때면 역시 관악이 제격이다. 미국 밴드 시카고의 ‘새터데이 인 더 파크’가 첫 곡이고, 다음 곡 역시 브라스가 풍성한 조용필 13집 수록곡 ‘장미꽃 불을 켜요’다. 조용필 노래 가운데 가장 펑키한 리듬을 들려주는 곡으로, 1991년 발표됐을 때보다 요즘 더 인기 높다. 가볍게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미카와 3OH!3(‘쓰리오쓰리’라고 읽는다)의 두 곡이 지나가면 여름 노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변으로 가요’다. 원곡은 키보이스가 불렀고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으나, 그 가운데 가장 덜 알려진 송골매 버전을 골랐다. 송골매 6집에 수록된 이 노래는 이 밴드의 농익은 연주력과 배철수의 노래실력을 확인시켜 준다. LFO와 심플플랜의 노래들은 힙합이 가미된 곡들이다. 힙합인지도 모를 정도로 가볍게 힙합 양념만 얹은 노래들이다. 강산에와 가을방학, 옥상달빛의 노래들은 하나같이 상큼하고 기분 좋다. 파티 분위기를 살짝 정리해주는 작용을 한다. 이어 산타나의 ‘스무드’는 파티의 절정을 겨냥했고, 우리에겐 축구 응원가로 유명한 펫샵 보이스의 ‘고 웨스트’로 대미를 장식한다. 파티가 계속되면 다시 1번곡부터 시작해도 좋다.

    인포그래픽스
    19집으로 돌아온 조용필, '단발머리 그 소녀'도 '심장이 Bounce'!

     

     

     

     

     

     

     

     

     

     

     

     

     

     

     

     

     

     

     

     

     

     

     

     

     

     

     

     

     

     

     

     

     

     

     

     

     

     

     

     

     

     

     

     

     

     

     

     

     

     

     

     

     

     

     

     

     

     

     

     

     

     

     

     

     

     

    자연과 마주한 순간(12곡·총 63분10초)

    How deep is the ocean 에릭 클랩튼
    2010년 발매한 19집 [Clapton]에 수록된 곡.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원곡을 스탠다드 재즈 스타일로 편곡했다. 클랩튼 특유의 무신경한 듯한 보컬과 마치 쉬운 듯 들리는 중저음의 기타가 인상적인 곡이다.
    자연 앞에서 이어폰을 꽂고 듣는 음악들은 주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곡들을 골랐다. 그러나 코린 베일리 레이의 노래에 이어 콜드플레이 ‘옐로’에 이르는 부분은 일부러 감정을 높이는 곡들로 골랐다. 멋진 자연 앞에서 풍경에 익숙해졌을 때쯤 듣는 격정적 발라드는 서정(抒情)을 고양시킨다. 이병우의 기타 연주곡을 두 곡 연달아 골랐다. 특히 비오는 바닷가에서 듣기에는 더 없이 낭만적인 연주곡이다. 조동진의 명곡 ‘나뭇잎 사이로’를 게이트 플라워즈의 박근홍이 멋지게 부른 버전으로 골라 뒤를 이었다. 에릭 클랩튼의 ‘하우 딥 이즈 디 오션’은 ‘오션’이 들어갔을 뿐 바다와는 아무 상관 없는 노래이지만, 멋진 풍경을 보며 마음을 침잠시키기에 좋은 곡이다. 재주소년과 나윤선, 최고은의 곡들은 그 순서대로 감정을 추스려주는 역할을 한다.



    혼자만의 시간(15곡·총 60분1초)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산울림
    1977년 발매된 데뷔 앨범 [아니 벌써]에 수록된 곡. 공감할 수 있는 서정적인 노랫말에 마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이 진행되는 멜로디가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곡이다.
    혼자 여행 떠나는 일을 떠올리며 곡을 고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쓸쓸하고 휑한 곡들이 많다. 일부러 에피톤 프로젝트의 밝은 곡 ‘긴 여행의 시작’을 맨 앞에 놓았다. 1977년 발표된 산울림 1집에 실??‘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연애를 시작한 즈음의 감정을 몽환적인 사운드와 가사에 담은 명작이다. 멋진 곡이 탄생한 배경은 서울 근교의 번잡한 계곡이었다고 한다. 콜링의 ‘웨어레버 유 윌 고’부터 니켈백의 ‘네버 고너 비 얼론’까지는 혼자 여행한다는 사실을 잊게해 줄 만큼 매력적인 리듬과 멜로디로 이어진다. 제이슨 므라즈의 히트곡 ‘아임 유어스’로 분위기를 바꾸고, 조원선의 메마른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롤러코스터의 ‘어느 하루’, 그리고 피오나 애플이 부른 비틀스 노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1인 여행자의 쓸쓸한 저녁을 위로해 준다. 이병우 연주곡 ‘잠들기 바로 전’은 정말 잠들 때까지 무한 반복해 들어도 질리지 않는 기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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