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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년의 사랑과 一心
    남들의 띰띰한일상 2007. 3. 31. 14:30

     

     

    천년의 사랑과  一心

     

    죽도록 그리운 것을 토해내지 못해
    문득문득 심장이 아픈게 우리네 인생인데
    때때로 진흙탕에 코를 박고
    술주정을 하고 싶은게 우리네 인생인데

    종종 자존심을 칼날같이 세우느라
    스스로 그 칼날에 다쳐 피를 흘리는게 우리네 인생인데
    그 슬프고도 끈적거리는 존재를 어찌 떠나
    해맑고 깨끗할 수 있을까요?

     

    생에 속고 '나'에 속아 심술궂게 뒤틀려
    사랑은 없다고 모든 게 헛
    것이었다고
    박탈감을 호소하다 지치는 우리네 능력으로
    어찌 세속과 탈속을 융화할 수 있겠습니까?

     

    사실 욕망에 집착하면 무상은 큰 고통이 됩니다
    그러나 마음이 고요해진 곳에서는
    욕망도 죄가 되지 않고
    무상(無常)도 망상이 되지 않고
    진리가 되는 거 아닐까요?

     

    원효는 요석을 겨우 사흘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 사흘의 사랑을
    1000년의 사랑으로 기억하는 거지요?
    사랑이 業이 되지 않고
    사랑이 道가 된 커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원효에게 파계는 파계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매혹적인 여인의 사랑에 집착하고
    거기에 자기만이 거처할 수 있는 안락하고
    이기적인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

    크고 진실한 여자의 사랑을 체험하여
    경전 밖 세상 속으로 저 낮고 천한 곳으로
    내려 갈 힘을 얻은 겁니다

     

    완전한 하느님이 사랑의 힘으로 아픈 세상에 내려오신 것처럼

    원효는 금욕으로 청정한 비구라는 자존심도 버리고 
    학문에 깊은 스승이라는 명예도 버리고
    거친 세속으로 내려와 전염병자들,거지들,도적들의
    진실한 친구가 됩니다

     

    원효는 요석이라는 여인을 만나

    끊어내지 못한 욕정에 흔들리고

    사흘만에 후회한 무책임한 사내가 아니라
    오욕칠정(五慾七情)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서
    열반을 본 각자(覺者) 였지요

     

                                                             (이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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