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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 - 김춘수
    시가 있는 사랑방 2015. 9. 22. 16:38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연히 위 시를 각 지방별 사투리 버전으로 적어 둔 걸 보게 되었는데...

    장난스럽게 바꿔 놓은 듯한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정말 각 지방별로 사용하는 말들이 맞다면 신기할 따름이다.

    (이웃 분들 중 고향에서 쓰시던 말이면 검증 좀.. ^^;)

    제주도 버전은 어떨런지. @.@ 제주도가 고향인 대학교 동창녀석이 할머니와 통화하는거 들으면 거의 외국어 수준이던데.

     

     

    경상도 버전

    내가 가가 가라꼬 카기 전에는

    금마는 다만

    밀거이 나부대고 있었던 뿌인기라.

    내가 가가 가라꼬 캐주인께네

    금마는 넨데 와가

    꽃이 돼삘데.

    내가 가 이름을 불러준 거맹키로

    내의 그 색깔캉 내미에 맞는

    누 쫌 내 이름 좀 불러도

    금마한테 가서 내도

    가의 꽃이 돼삐고 싶다.

    우리는 전신에

    뭐시 되고 싶어 난리다.

    내는 니한테 니는 내한테

    잊아묵지 않은 하나의 눈짓이 돼삘고 싶다.

     

     

    강원도 버전

    내가 가 승멩으 불러주기까정은

    가는 단지

    한 개의 몸뗑이에 지내지 않었아.

    머 아나.

    갠데 내가 가 승멩으 딱 불러때

    가는 내인두로와서 꽃이 됐아.

    내가 가 승멩으 불러준그매루

    내 이 삐다구와 행기에 어울리는

    언눔이 내 승멩으 불러다와야.

    가인두루가서난두 가 꽃이 되구수와

    우리덜 마커는

    하니탄에 머이 되구수와

    니는 내인두루 나는 니인두루

    잊헤지지 않는 한 개의 의미가 되구수와

    머 아나.

     

     

    충청도 버전

    나가 갸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갸는 기양 설레발친겨.

    나가 갸 이름을 불러주니께

    갸가 나한티 와서 꽃이 된겨.

    나가 갸 이름을 불러준구멩키로

    나의 이때깔허구향기에 맞는

    누구 나 이름좀 불러봐유.

    그헌티 가서

    나도 갸의 꽃이 되고 싶은겨.

    우덜은 허벌라게

    뭣이 되고 싶은겨. 앙 그려?

    니는 나한티 나는 니헌티

    짱허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은겨.

     

     

    전라도 버전

    나가 거그으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장은

    거그는 거시기 한나으 몸짓배끼 아니었다.

    나가 거그의 이름얼 불러주었을 띠게

    거그이 난티로 와서 꽃이 되얐다.

    나가 거그의 이름을 불러준것매이로

    내 이 때깡이랑 냄시에 딱 맞아부는

    누던지 내 이름을 불러주랑께라우

    거그한테 가서 나도

    확 거시기 해불고 잡당께

    우덜은 모다

    머시 되고 잡다.

    니는 나한티 나는 니한티

    까묵을 수 없는

    한나의 거시기가 되고 잡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진정한 '관계 맺음'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 ‘꽃’에 나타난 작가의 존재론

     

    이 시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송되는 시이다. 너와 나를 연인 관계에 놓인 사람으로 대치하여,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 시는 이런 평범한 연애시의 범주에 안주하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이보다는 더 넓은 의미를 가진 인간 존재의 본질을 시적 언어로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의미 없는 것에서, 상호 인식을 통하여 의미 있는 것, 또는 존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진리를 형상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시이다.

     

    일찍이 하이데거는 인간의 이런 존재 인식의 수단을 언어라고 말한 바 있다. , 언어를 ‘존재의 집’으로 파악한 것이다. 여기서 언어라는 것은 단순한 일상어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어의 가장 정제된 형태로서의 시적 언어를 가리킴은 물론이다. 아울러 이 말은 인간이 시 또는 시적 언어를 통하여 자기 존재를 표현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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