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 노희석 시집남들의 띰띰한일상 2013. 5. 22. 15:23
무슨 일에 있어서든 주먹을 감아쥐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화가 잔뜩 난 코뿔소처럼
씩씩거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눈을 번뜩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못하고
쫒기 듯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주먹을 쥐고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기껏해야 사람을 치는 일 말고 무엇이 더 있으랴.
주먹을 쥔다는 것은
자기 주먹 안에 든 것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며,
가진 것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이며,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하겠다는 의미이다.
주먹을 편다는 것은
남들에게 자기의 것을 내어준다는 뜻이며
가진 것을 버린다는 의미이며,
나아가 스스로를 비우는 것이다.
주먹을 쥔 생각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이기(利己)일 뿐이다.
손님을 맞이할 때 어느 누가 주먹을 쥐고 맞이하는가.
손을 가지런히 펴고 모아서 미소로 맞이하지 아니하는가.
반가운 친구에게 주먹을 내밀어 악수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생각도 이와 같은 것이다.
손을 내밀어 그리운 사람을 맞이하듯,
생각도 반듯하게 펴서 미소로 맞이하여야 한다.
< 노희석 시집, 생각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중에서 >
두주먹을 불끈 쥐고 있을 때와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을 때를 상상해 봅니다.
얼굴 표정을 상상해 봅니다.
일그러진 얼굴과 환하게 웃음짓는 얼굴이 생각납니다.
손에도 표정이 있습니다.
손에도 얼굴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것은 언제나 강하다
나무 막대기처럼 딱딱한 것은 부러지지 쉽고
바위처럼 굳고 단단한 것은 깨지기 쉽다.
오히려 물처럼 부드러운 것은
쇠망치로도 깨트릴 수 없다.
부드러운 것은 소리없이 스며든다.
물의 흐름을 막아버리면
물은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돌다가
물 길 트인 곳으로 흘러간다.
사람들이 제아무리 웅벽을 치고 막아 놓아도
물은 보이지 않는 틈 사이로 스며든다.
세상에 스며드는 것을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며든다는 것은 아무도 모르게 젖어들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것이 언제나 강하다.
부드러운 것을 이기려,
칼을 갈고 망치를 준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오기나 배짱으로 부드러움을 이길 수는 없다.
막무가내로 막아서다가는 어느 순간
부드러움 앞에 무릎 끓고 만다.
부드러운 것은 따뜻하여 무엇이든 포용할 수 있다.
우리의 생각도 물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생각에 부드러움이 스며들면 얼굴이 너그러워진다.
감추어도 절로 피어나는 넉넉한 미소가 핀다.
고향의 저녁 연기처럼 아늑한 어머니 얼굴이 된다.
글 / 생각을 읽으면 사람이 보인다 중에서
짙은 자줏빛 숄 / 안나 리뜨비넨꼬'남들의 띰띰한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기답게 사는것 /법정 (0) 2013.09.24 사람에게 가장 큰 일은 (0) 2013.08.16 오늘만큼은 중에서/ 글 ( F. 패트리지) (0) 2013.05.22 딸에게 (0) 2013.05.02 평생 간직할 멋진 말 (0) 2013.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