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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서고야 말았습니다 / 한시종시가 있는 사랑방 2010. 7. 30. 15:42
뒤돌아 서고야 말았습니다 / 한시종
풀섶의 낙엽 한 잎
사뿐 떨어져 노니는 호숫가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마음 저려하며 멀어진 사람이시여!
돌아선 뒷그림자 마저 설운 그대라서
찬 가슴 싸한 느낌에
예전 그 자리를 찾았습니다.
가며 뒤돌아보던 그때의 모습은
옅은 추억으로 희미하게 남았고
이제 이곳은 잡풀만 무성하여
민망할 정도로 어지럽습니다.
당신마저 이 자리에 없기에
고운 경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얼마나 서있었던가요.
눈가 파르르 떨리며
돌이킬 수 없는 생각만 가득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갑자기 사물이 두 세 겹 겹쳐 보여
소매 끝자락으로 눈물 잠시 훔쳐내고 나면
물안개에 눈 맵다고
거짓을 되뇌었을 뿐입니다.
떨군 눈물로 땅 젖어 번지자
할 수 있는 핑계가 없어
괜히 내리지도 않은 이슬을 탓할 뿐입니다.
모든 것 다 변하고
멀리서 뒤쳐져 따라오던
긴 바람 소리만 서럽다 울어 재낄 뿐.
누구도 사랑할 사람 없어
뒤돌아 서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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