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세상얘기들

작은 행성 지구에서 잘 사는 법

여성국장 2007. 9. 30. 21:22

 

 

작은 행성 지구에서 잘 사는 법

                  
                                               이상훈(수원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우주는 얼마나 큰가?

우리가 사는 지구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지구의 직경은 약 12,800km 로서 지구를 한바퀴를 걸어서 돌면 약 4만km가 된다.
나의 친구 중 한사람은 최근에 원대한 목표를 세웠는데,
지금부터 죽기 전까지 지구 한바퀴 거리를 걷겠다는 것이다.
계산해 보니 그는 앞으로 20년 동안에 매일 5.5km를 걸어야 한다.
그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매일 그 정도를 걷는다면 남은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는 은하계의 변방에 위치한 작은 별에 불과하다.
은하계에는 별이 2,000억 개가 있고 우주에는 은하계 같은 별의 집단이 1,000억 개나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도대체 우주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
우리가 코끼리가 이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코끼리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즉 물체의 크기를 알려면 물체의 경계면 또는 끝을 알아야 하는데,
물리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우주에는 끝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은 우주를 설명하는데 기본이 되는 상대성이론을 제창한 과학자이다.
그가 생각한 우주는 지구본처럼 생긴 3차원의 세계가 아니고,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4차원으로 나타낼 수 있는 우주이다.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3차원, 즉 x,y,z 축으로 나타낼 수 있는 공간이
4차원의 세계에서는 중력에 의해 휘어진다.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우주는 공간이 안쪽으로 휘어 있어서 아주 강력한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면
자기의 뒷머리가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주의 크기를 알기 위해서는 끝이 어디까지인가를 정해야 하는데,
최근에 우주를 관찰해 보니 끝이 계속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끝을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당연한 상식이 우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생물의 크기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는 그 크기가 1m의 100억분의 1정도이다.
가장 작은 생명체인 바이러스는 1m의 1,000만분의 1이다.
달리 말하면 바이러스 1,000만개를 연결시키면 1m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국립공원에 있는
아메리카 삼나무(세코이아)로서 높이가 112m 인데,
이 나무 한그루를 베어내면 방 5개짜리 목조건물 40채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잎이 가장 큰 식물은 우포늪에 있는 가시연꽃으로서 잎의 크기가 약 2m나 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육지에 사는 동물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아프리카 코끼리로서
수컷은 몸길이가 7m, 몸무게는 최대 6톤이라고 한다.
과거에 살았던 동물로서 가장 큰 동물은 공룡인데, 그중에서도 브라키오소러스(Brachiosaurus)는
길이가 25m, 높이가 12m, 그리고 무게는 85톤이었다고 한다.
물론 공룡을 본 사람은 없지만 화석으로 남아 있는 뼈를 재구성하여 추정해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현존하는 생물체로서 가장 큰 동물은 대왕고래인데 길이가 30m 몸무게는 약 200톤으로서 코끼리 25마리 보다도 크다고 한다.
대왕고래가 육지에 사는 동물보다 훨씬 더 큰 몸통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물속에 살기 때문에
부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크기가 큰 동물은 개체수가 많을 수가 없다.
큰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먹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초식동물로서 하루에 400kg을 먹어야 하니 하루 종일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대왕고래는 덩치에 걸맞지 않게 아주 작은 크릴새우를 먹고 사는데
하루에 크릴새우 4,000만 마리를 먹는다고 한다.

미생물은 네델란드의 루벤호크가 1675년 현미경을 발명하여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생물은 생태계에서 분해자로서의 기능을 발휘한다. 세균은 크기가 1/1,000 밀리미터이다.
즉 세균 1,000마리를 늘어놓으면 겨우 1mm가 될 뿐이다.
사람의 대장에는 세균이 많이 살고 있는데 사람의 창자 속에는 최소한 500종 이상의 세균이 있고
숫자로는 1조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사람의 몸 속에는 세균 외에도 바이러스 곰팡이 원생동물 등이 살고 있는데,
무게로 재보면 1kg이나 된다고 한다. 몸속의 세균은 대부분 이로운 역할을 한다.
인체 내 세균들은 소화를 돕기도 하고,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도움을 주며,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 침입하면 이들과 싸워서 인체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개체수로 보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세계인구는 현재 65억 명으로서 지구가 인간으로 꽉찬 것 같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다.
나무의 개체 수나 풀의 개체 수를 세어본다면 인류보다도 훨씬 많은 종이 흔할 것이다.
또한 곤충의 수도 만만치 않다.
벌, 개미, 바퀴벌레 같은 곤충류는 크기는 작지만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은 훨씬 뛰어난다.
지구에 사는 생물종은 모두 3,000만 종이나 되고, 그 중에서 동물종은 약 120만종 이라고 한다.
동물종의 70%는 곤충인데, 곤충은 크기가 작고 적은 먹이로도 몸을 지탱할 수 있으며
적으로부터 숨어 살기에 편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곤충은 이러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3억년이 넘게 지구환경에 잘 적응하여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큰 것을 좋아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은 영국의 환경경제학자인 슈마허가 1973년에 썼는데,
책의 제목은 요즘에도 환경주의자가 즐겨 쓰는 구호가 되었다.
최근 서울 도심의 무역센터에 갔다가 “큰 것이 아름답습니다”라는 커다란 광고를 보고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광고주는 호텔의 면세점이었는데, 작은 상품보다는 큰 상품을 팔아야 이익이 많이 남을 것이 분명하다.
환경적으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일상생활에서 큰 것을 추구한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큰 것이 더 좋다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밥 많이 먹고 빨리 커야지”라는 말을 들으며 아이들은 자라난다.
꼬마들은 키 견주기를 한 후에 자기 키가 크다고 판정이 내리면 좋아한다.
얼마 전 노처녀인 친척 아기씨에게 모든 조건이 좋은 그럴듯한 남자를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키가 작아서 싫다고 거절을 당한 적이 있다. 남성들은 큰 차, 대형 TV를 좋아 한다.
주부들은 큰 집, 대형 냉장고, 대형 세탁기 등을 좋아한다. 작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나라가 국토는 좁지만 세계 제일인 구조물이 몇 개 있다.
한국농촌공사에서 건설한 새만금방조제의 길이는 33km로서 세계에서 가장 컸던
네델란드 쥬다지 방조제 32km보다 1km가 더 길다.
시화방조제에 건설중인 조력발전소는 준공되면 세계 최대인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보다 클 것인데,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화조력발전소는 시화 조력발전소보다 더 크게 계획하고 있다.
또한 건설 중인 전남 신안군 태양광발전단지 역시 세계최대 규모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열심히 연구하여 큰 농작물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신품종인 무, 수박, 딸기, 토마토, 고추 등은 재래종보다 훨씬 커서 때로는 징그러운 생각이 든다.
산업계에서도 국내외 회사들은 인수 합병을 통하여 몸집을 불리려고 노력한다.
은행, 증권사, 카드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은 대형화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믿는다.
최근 여러 곳에서 주민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대형할인점이 한 지역에 들어서면
인근에 있는 소규모 재래시장과 동네슈퍼가 모두 문을 닫게 된다.
병원도 대형화된 몇 개의 종합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며, 교회 역시 신도수 1만 명이 넘는 대형교회로 교인이 몰린다.
어떤 조직이든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에 살아남으려면 몸집을 불려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믿는다.

그러나 자연생태계에서는 인간사회에서 처럼 끝없는 성장과 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는 생물종이 없다.
어느 한 종이 급속도로 성장하기 전에 천적이 등장하여 적정선에서 개체수를 조절해준다.
한 집단의 개체수가 많아지면, 예를 들어 개미가 숫자가 많아지면 새로운 여왕개미가 나타나 분가를 하게 된다.
꿀벌의 경우에도 개체수가 많아지면 여왕벌이 나타나서 분봉을 하여 개체수를 나누게 된다.
코카콜라나 맥도날드(햄버거)처럼 모든 나라 모든 지역에서 끊임없이 점포를 내면서
끝없는 성장을 추구하는 사례는 생태계 내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인체는 6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매일 엄청난 수의 새로운 세포가 탄생하여 낡은 세포를 교체해 간다.
이때에 정상세포와 함께 하루에 3,000~5,000개의 암세포도 함께 생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나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유전자 변이를 일으킨 세포로서
성장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특성이 있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암세포가 생겨나면 면역작용을 하는 백혈구 세포의 공격을 받아 죽고 만다.
만일 암세포가 죽지 않고 계속 성장한다면 치명적인 암이 되고, 잘못하면 죽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생태계 내에서는 어느 한 종이 급격히 불어난다면 천적, 먹이 부족, 경쟁 등의 환경저항을 받게 되어
생태계는 곧 항상성을 되찾게 된다.
한때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전국의 하천과 호수를 점령하여 큰 난리가 날 듯 법석을 떨었지만,
왜가리 백로 등의 천적이 나타나 적정 수준에서 통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큰 것이 아름답지 못한 이유

큰 것이 아름답지 못한 이유를 몇 가지 찾아 본다. 첫째로 위기가 왔을 때에 대응능력이 약하다.
지금부터 6,500만 년 전에 직경 1km의 커다란 운석이 멕시코 앞바다에 떨어졌다.
엄청난 먼지구름이 일고 햇빛을 가리게 되자 광합성이 방해를 받았다.
광합성을 못하고 식물이 죽자 식물을 먹는 동물이 죽기 시작했다.
덩치가 큰 공룡은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쉽게 멸종했지만 덩치가 작은 곤충류는 대부분이 살아 남았다.
대기업은 의사결정과정이 느리고 시장에의 진입과 철수가 느려서 위기가 왔을 때에 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둘째, 조직이나 생물체나 덩치가 크게 되면 유지관리비용이 많이 든다.
젖소는 하루에 100kg의 풀을 먹어야 몸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바퀴벌레는 덩치가 작으므로 적은 양의 먹이로도 잘 견디며 지난 3억년 동안
지구의 환경이 여러 차례 변화했지만 잘 적응하여 살아 남았다.
정부의 조직과 인력은 자꾸 커지면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을 파킨슨의 법칙이라고 한다.
차기 정권의 중요 과제 중의 하나는 작은 정부를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나타나기 시작한 초고층빌딩은 높이 200m 이상, 층수로는 50층 이상의 빌딩을 말한다.
초고층빌딩은 생태적으로 본다면 그리 효율적이지 않다.
30층 건물에 비해 초고층 건물은 평당 건축비가 두 배나 되고,
인공 환기 등 에너지 소모도 그만큼 커서 자원의 효율성 면에서는 불리하다고 한다. 큰 것이 아름답지 못한 좋은 예이다.

셋째, 경제학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강조하지만 규모가 어느 한계를 넘어서서 커지다 보면
‘규모의 불경제’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규모의 경제 이론에 따라 하나의 대기업이 끝없이 커질 수는 없고 넘을 수 없는 한계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생태계에서 본다면 종이 다양한 생태계가 더 안정적이다.
대형할인점이 지방 소도시에 들어서면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고용측면에서는
지역경제를 황폐화시키게 된다. 국가경제의 운용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을 살리고 재래시장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생태적인 삶

생태적인 삶이란 큰 것을 추구하지 않고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구라는 한정된 작은 행성에 살면서,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자원과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는 삶이 생태적인 삶이다.
큰 집에 살면서 큰 차를 타고,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하여 분주한 삶을 사는 것이 생태적인 삶의 모습은 아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함께 잘 살려면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생태적으로 산다고 해서 법정 스님같은 수도승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욕심을 줄이고 작은 집과 작은 차에 만족하면서 사는 삶이 생태적인 삶이라고 본다.

미국의 전직 부통령인 엘 고어는 환경을 보호하는 정치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직접 출연하여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는 영화 “불편한 진실”은 2006년 다큐멘터리 부문
아카데미상을 받아서 유명해졌다.
그런데 고어가 아내와 함께 단 둘이서 사는 테네시 주 네쉬빌에 있는 저택은 방이 20개 화장실이 8개나 되고
수영장이 딸려 있다고 한다.
엘 고어의 저택은 2006년에 전기료와 가스료로 미국 평균 가정 전력사용량의 13배나 되는 3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사실은
그에게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하여 전기를 절약하자고 역설하였지만 본인 스스로는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환경주의자들도 엘 고어를 반면교사 삼아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전래 민요는 우리 조상들의 생태적인 삶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 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고,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천년만년 살고 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