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의 띰띰한일상

침묵의 14가지 원칙

여성국장 2018. 7. 4. 00:35



               

침묵의 기술  

 

책소개

“침묵으로 말하라”
250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는‘침묵론(沈?論)’의 대표 고전


『침묵의 기술』은 18세기 프랑스에서 설교가이자 문필가로 활동했던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가 당대 유물론과 무신론적 자유사상으로 말과 글이 과장되는 시류를 비판하며 침묵의 가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디누아르 신부는 『침묵의 기술』에서 “‘생각하는 기술’, ‘말 잘하는 기법’ 등 온갖 유용한 가르침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왜 ‘침묵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이는 없는가?”라고 자문하면서 침묵의 원칙, 활용 방법을 제시한다.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열네 가지 ‘침묵의 원칙’ 중 첫 번째 원칙이다. 역설이 아니고서야 침묵을 말할 수 없는 법. 이 책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말하기 기술을 논하고 있는 셈이다. 언어가 멈출 때 말을 하는 것은 몸이다. 이때 침묵은 고전 수사학의 유구한 기법인 ‘육체의 웅변기술’에 직결된다.

침묵은 오로지 ‘입을 닫는’ 한 가지 행위로 표현되지만, 침묵하는 상황과 그 의미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침묵의 기술』은 열네 가지 침묵의 필수 원칙을 통해 침묵에 대한 깊은 통찰을 새기게 하며, 열 가지 유형의 침묵과 그 적용을 통해 침묵의 다양한 기능을 알려주는 침묵론의 대표 고전이다.

 


상세이미지

저자 소개

작가파일보기 저 :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Joseph Antoine Toussaint Dinouart 1716년 아미앵에서 태어나, 수도원이 아닌 세속에 적을 둔 소위 ‘세속사제’로 활동했다. 빼어난 설교가였을 뿐 아니라 문필가로서, 또 논객으로서 당대 사회 현실에 적극 참여했다. 특히 여성을 예찬하는 글을 발표하여 직속 상관인 주교와 마찰을 빚음으로써 이름이 알려졌다. 소논문을 포함해 여러 신문에 글을 기고했고, 라틴어 문헌을 번역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마흔네 살부터 사망 전까지 직접 교계(敎界) 신문을 편찬해, 교회법을 비롯한 종교문제와 사회윤리, 문학을 주제로 수많은 글을 썼다.
『침묵의 기술』은 예수회의 전형적인 수사적 이론과 실제를 요약, 정리한 문헌으로, 1696년에 출간된 작자 미상의 책 『말하기와 침묵하기를 위한 안내서-특히 종교문제에 관하여』의 논지를 근간으로 하면서, 18세기 당대의 사회적 문맥에 부합하도록 일부 요소들을 보충한 책이다. 유물론과 무신론적 자유사상이 판치던 당대 시류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보수적 가치관을 포함한 종교적, 사회적 전통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작가파일보기 역 : 성귀수

서울에서 태어났고 연세대 불문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문학정신》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정신의 무거운 실험과 무한히 가벼운 실험정신』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아폴리네르의 『이교도 회사』와 『일만일천번의 채찍질』,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아멜리 노통브의 『적의 화장법』, 샤를 루이 바라의 『조선기행』, 존 그레고리 버크의 『신성한 똥』, 샨사의 『천안문의 여자』, 넬리 아르캉의 『창녀』, 크리스티안 데로슈 노블쿠르의 『하트셉수트』, 크리스티앙 자크의 『빛의 돌』(4권)과 『모차르트』(4권), 모리스 르블랑의 『아르센 뤼팽 전집』(20권), 장 폴 브리겔리의 『사드-불멸의 에로티스트』, 크리스틴 스팍스의 『엘리펀트맨』, 스피노자의 정신의 『세 명의 사기꾼』, 베르나르 뒤 부슈롱의 『짧은 뱀』, 로랑 캥트로의 『극대이윤』, 베르트랑 베르줄리의 『슬픈 날들의 철학』,『조르주 바타유-불가능』등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을 펴내며| 침묵의 기술, 침묵의 역설 4
머리말| 침묵이 필요한 시대를 위하여 10

1부 말과 침묵
서론| 침묵에 대한 사색을 펼치며 19
1 침묵은 하나의 능력이다 23
2 열한 가지 침묵에 대하여 39
3 침묵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53
4 말과 침묵을 실행하는 두 가지 경로 65
5 지나친 말과 지나친 침묵 69
6 나쁜 말일수록 문에 가장 가까이 있다 79
7 혀를 다스릴 줄 모르는 부끄러움 89
8 나이에 상관없이 진실을 품어라 97
9 비겁하고 무심한 자의 언행 103
10 오직 자신만이 입 다물게 할 수 있다 111
11 단순과 무지로 잘못을 범하는 천성 119
12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 127

2부 글과 침묵
서론|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때 137
1 독자를 나락으로 이끄는 ‘잘못된 글쓰기’ 141
2 모든 생각을 쏟아내는 ‘과도한 글쓰기’ 145
3 침묵으로 도피하는 ‘충분치 못한 글쓰기’ 175
4 침묵은 하나의 처세술이다 183
5 오감을 경계하라 207

책속으로

1. 열 가지 침묵


신중한 침묵이 있고, 교활한 침묵이 있다.

아부형 침묵이 있고, 조롱형 침묵이 있다.

감각적인 침묵이 있고, 아둔한 침묵이 있다.

동조의 침묵이 있고, 무시의 침묵이 있다.

정치적 침묵이 있다.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침묵이 있다.


2.


18세기 프랑스에 살았던 세속사제.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가 쓴 <침묵의 기술>.

이 책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 자신을 위해 읽는 방법이다. 이것은 편집자와 번역가가 굉장히 오래된 찾아내서 출간한 의도이기도 하다. 말과 글이 범람하는 인터넷 시대.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공감을 얻기 위하여 (수많은 팔로워의 추천을 받으면 광고가 따라오고 그것으로 돈을 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거리낌 없이 학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디누아르 신부가 주장하는 침묵의 14가지 원칙은 굉장히 실용적인 조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디누아르 신부가 분류한 열 가지 종류의 침묵과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한 부분은 당신이 인터넷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접하는 말과 글과 같은 정보나 혹은 당신이 제공할 정보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진지하게 침묵의 기술을 적용해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원래 의도는 따로 살피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열가지 종류의 침묵과 침묵이 어떻게 시작되고 작동하는지에 관한 설명(39페이지부터 64페이지까지)은 편집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기 때문에 굉장히 공을 들여서 배치해놓았다. 이것을 잘 기억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3.


두 번째 방법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원래의 목적을 살피면서 읽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18세기 프랑스의 상황을 상상하면서 읽는 것이다. 18세기 유럽. 굉장히 치열했을 유물론과 무신론을 주장하는 철학자. 그리고 종교인과 정치권력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디누아르 신부가 믿는 가치를 타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파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침묵의 기술>의 흥미로운 요소다. 21세기의 사람들이 봤을 때, 과격하고 오른쪽으로 치우친 느낌의 디누아르 신부의 관점에 대하여 옳고 그르다를 논하는 것보다 흥미로운 것은 18세기 보수층의 소명의식을 디누아르 신부라는 상징으로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224. 인간이란 워낙에 거짓과 타락을 좋아해서, 신성한 기적의 문헌에 반하는 글에 끌리기 마련이다. 정녕 신앙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의심하고 부정하기 시작하면 그 무엇도 제동을 가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인가 싶다.


디누아르 같은 보수주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와 국가가 지배하는 세계관을 보호하는 것이다. 디누아르 신부는 절대적인 진리가 신과 군주에게 이미 부여되어 있다고 평생 믿으면서 안정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사상이 변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따라서 디누아르의 관점에서는 유물론과 무신론을 주장하는 자들은 존엄한 존재에 균열을 내고 전복시키려는 무리이므로, '악'으로 규정하고 비난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당연한 것이다. 결국, 일반 대중들은 종교와 국가를 뒤흔드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며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이다.


230.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여, 목자들의 가르침에 다소곳이 귀 기울여라. 특히 알고자 하는 욕망이 그대를 수많은 위험에 노출시킬 때 덕 있는 자들의 경건한 대화를 경청하고, 그대의 순박한 심성으로 신을 찬양하라.


231. 신앙을 저버린 자들, 당대의 철학자를 자처하는 글쟁이들에게 고하노라. 부디 한 번이라도 진리를 깨달으려는 마음을 갖고, 진리를 추구하고 따르려는 지각 있는 자세를 가져보기를.


이런 의견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말에 대한 침묵의 14가지 원칙은 자연스럽게 부차적인 것이 되고, 디누아르가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논점이 이동한다. 글이 말을 대체한다. 말에 대한 침묵의 14가지 원칙이 글에 대한 침묵의 14가지 원칙이 되는 것이다


지혜에서도 상책(上策)은 침묵하는 것이고, 중책(中策)은 말을 적당히, 적게 하는 것이며,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말이 아니더라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침묵에 대한 사색을 펼치며」중에서

혀가 아니라면 얼굴이라도 적극적으로 말하게 하라. 자고로 현자의 침묵은 표정이 풍부한 법이니 미진한 자에게는 가르침이 되고 과도한 자에게는 응징이 되어준다. ---「오직 자신만이 입 다물게 할 수 있다」중에서

온갖 악서를 상대로 싸우거나 뜯어고치는 작업이 걸출한 문필가의 숙제 중 일부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상에 널린 온갖 풍자문들, 거짓 기록들, 과도한 평문들, 무의미한 짜깁기 글들, 파렴치한 콩트들, 그리고 종교와 풍속을 해치는 여러 저작들이 내가 일반적으로 ‘잘못된 글쓰기’라 부르는 행위의 결과물들이다. ---「독자를 나락으로 이끄는 ‘잘못될 글쓰기’」중에서

말을 하기 위해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듯이, 글을 쓰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하는 말이나 글을 살펴보면 재능도 의지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글을 썼으니 읽긴 읽되, 거기서 깨치거나 배울 점은 아무것도 없다. 글 쓰는 사람 자신도 스스로 무슨 글을 썼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왜 글을 쓰는가? (149쪽)
명철한 분별력으로 고른 주제가 아주 훌륭하고 유용할지라도,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은 잘못을 범하곤 한다. 좋은 내용을 지나치게 미주알고주알 글로 풀어내고 마는 잘못 말이다. 이는 글의 성공에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어떤 주제를 다루든 정도를 지켜야 한다. 적절한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양식과 이성이다. ---「모든 생각을 쏟아내는 ‘과도한 글쓰기’」중에서

침묵은 무엇보다 방종과 타락이 만연한 정신에 추천할 만한 처세술인 것이다. 자기들이 원해서 침묵하진 않더라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들이 입을 닫게 할 수 있다면 건전한 정치와 종교에 바람직한 일이다. (185쪽)
자기표현을 자제할 줄 아는 무지한 사람은 글을 적게 쓸수록 자신에게 이롭다. 그래야 자기 분에 넘치는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조금만 더 글을 쓴다면 하루아침에 무너져버릴 평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아마 이렇게 말하리라. “그 사람 아주 현명해. 양식 있는 사람이야. 생각은 깊은데 표현을 잘 안 할 뿐이지.” 적어도 그를 과묵한 모습으로만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또 평할 것이다. 어쨌든 이 점에서 그가 취한 태도는 최상의 선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묵은 하나의 처세술이다」중에서

대저 말이란 귓전에 울렸다가 사라져버리는 소리로만 존재하는 것. 반면 우리가 읽는 글은 우리 안에 스며들어와 부지불식간에 우리와 하나가 되는 무엇이다. (225쪽)
믿음이 없는 것은 결국 마음의 소치일 뿐. 나무라야 할 것은 오로지 인간의 마음, 설득해야 할 것 역시 마음인 것이다.
닫기 ---「오감을 경계하라」중에서

출판사 리뷰

언제 침묵해야 하는가 어떻게 침묵해야 하는가
침묵의 원칙에 준하는 ‘적절한 침묵’이란 무엇인가


침묵은 종종 그 어떤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처럼 침묵을 지키는 것이 현명한 처신일 때도 있지만, 발언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그렇다면 언제 침묵해야 하는가. 또 어떻게 침묵해야 하는가.

디누아르 신부는 침묵의 유형을 열 가지로 구분해 논하며, 침묵이 의사와 감정을 대신하여 기능하고 있음을 역설한다.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 신경질적인 침묵이 그것이다.

이 열 가지 침묵의 유래를 밝히면서, 내적으로는 자기통제의 수단이자 외적으로는 처신의 수단이 되는 ‘적절한 침묵’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침묵의 필수 원칙’에 준하여 사례로 들고 있는 침묵이 적절한 침묵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침묵의 14가지 필수 원칙

1.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2.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3. 입을 닫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고서는 결코 말을 잘할 수 없다.
4. 말을 해야 할 때 입을 닫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다. 입을 닫아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경솔하고도 무례하기 때문이다.
5. 말을 하는 것보다 입을 닫는 것이 덜 위험하다.
6. 사람은 침묵 속에 거함으로써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침묵을 벗어나는 순간 자기 자신보다 남에게 의존하는 존재가 되고 만다.
7. 중요한 말일수록 후회할 가능성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되뇌어보아야 한다.
8. 지켜야 할 비밀이 있을 때에는 아무리 입을 닫고 있어도 지나치지 않다.
9. 아는 것을 말하기보다는 모르는 것에 대해 입을 닫을 줄 아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10. 침묵은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11. 말을 많이 하고픈 욕구에 휘둘려 정신 나간 사람으로 취급받느니, 침묵 속에 머물러 별 재주 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편이 낫다.
12. 용감한 사람의 본성은 과묵함과 행동에 있다. 양식 있는 사람은 항상 말을 적게 하되 상식을 갖춘 발언을 한다.
13. 무언가를 말하고픈 욕구에 걷잡을 수 없이 시달리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결코 입을 열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14.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나를 다스리고 타인을 움직이는 침묵의 기술!
고전 수사학에서 발견한 절제의 언어!


『침묵의 기술』은 개인적인 처세와 수행, 윤리의 차원뿐만 아니라 시대와 사회 속에서 표방하는 가치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정치와 종교가 긴밀하게 얽혀 있던 18세기의 시대적 특성에 비추어 참여적 ‘논객(論客. opinion leader)’으로서 저자는 “침묵은 무엇보다 방종과 타락이 만연한 정신에 추천할 만한 처세술인 것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들이 입을 닫게 할 수 있다면 건전한 정치와 종교에 바람직한 일이다.”라고 침묵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루소, 볼테르, 디드로 등 혁명적 사상가들이 전복의 담론들을 앞다퉈 쏟아내던 혼란의 시기, 침묵과 절제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것 자체는 곧 전통적 가치와 사회 질서를 대변하는 논지에 다름 아니다. 침묵을 주제로 한 이 희귀한 고전이 21세기 유럽에서도 끊임없이 부활하여 재해석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침묵의 기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아침에 눈만 뜨면 필화(筆禍)와 설화(舌禍)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 소통의 장이기보다는 저주와 자조의 하이테크놀로지로 전락해버린 인터넷 게시판과 SNS……. 디누아르의 침묵론은 현대적 의미의 다양한 화두로 우리를 이끈다. 즉 정치에서 침묵이 담당하는 기능문제, 정신분석학에서 침묵이 담당하는 다의적 위상, 말과 글을 과장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 표출해야만 하는 절박성의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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