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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여성국장 2013. 9. 11. 13:38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 속에 들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 집으로 이사하여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 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2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
두어 평 남새밭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욕심 없는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 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은
손빨래로 헹구어 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하루
평수를 늘려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 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 계좌 모두 모두 열고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나물에
고집스러운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하고 싶다.




The White House / Vicky Leandr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