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사랑방
갈대 / 신경림
여성국장
2013. 5. 2. 16:15
갈대
- 신경림 -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박목월이 뛰어난 감수성과 시적 기교를 지닌 시인이긴 했으나 향수와 운명,
고절의식을 표현함으로써, 미래 지향의 시대이념을 시화하지 못했다면,
신경림은 소외적 계층에 초점을 맞추어 삶의 현실을 객관적 시선으로
읽어내려는 적극적 의지를 나타내었다.
신경림은 김수영,신동엽, 김지하 등 참여시인과 함께 70년대 민중시를 주도하였는데,
그의 대표작은 <파장>, <農舞>, <제삿날 밤>, <남한강> 연작 장시등이 있다.
이에 반해 갈대는 주체의 자율성에 대한 소극적인 의식이지만
주체의 내면으로부터의 자발적인 울림을 인식함으로써
우리는 외부적 자극에 대응하는 갈대의 울음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