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대신 새만금 사업이라면....
한반도 대운하 대신 새만금 사업이라면
구 자 건 (연세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새만금 사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이다. 한반도 대운하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대체할 중장기 프로젝트로 새만금사업을 주목하고, 서서히 추진 동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다.
때맞춰 국회에선 ‘새만금지역의 효율적인 토지이용 및 수질개선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국무총리도 새만금 현장을 방문했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여당 대표는 “새만금 사업은 이 대통령이 대운하 사업 대신 선택한 사업”이라며 “어떻게 보면 대운하보다 더 역점을 둘 사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계천’ 성공 모델의 面的 확장 기회
여당 대표는 “대통령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이미 반쯤은 성공한 사업”이라며 “두바이를 넘어 새만금이 세계적인 개발의 표상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한다. “새만금 사업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도전”이라는 그의 표현은 그만큼 이 사업의 규모가 크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총리가 새만금을 방문하는 현장에는 국토해양부 장관, 전북도지사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새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관장해 오던 새만금 관련 업무도 총리실 산하로 이관된 시점에서 나온 발언이다.
새만금 개발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두바이를 방문하며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장 시절에 이룩했던 ‘청계천 성공’을 재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맨땅에 헤딩하기 식’의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있고, 숙원 사업 해결이라는 기대도 안고 있다.
청계천은 선형(線形) 성공 모델이다. 영리한 지도자라면 청계천을 통해 거둔 선형 성공 모델을 새만금 사업을 통해 면적(面的)으로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 청계천이 ‘테스트베드’라면 새만금은 ‘실규모’ 사업이다. 청계천이 조경사업이라면 새만금은 토목사업이다. 청계천이 ‘수도권용’이었다면 새만금은 ‘글로벌 트렌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계획이다.
국제적인 ‘식량 자원화’에 대처할 수 있는 ‘우량농지의 확보’란 명분도 살리고, 드넓은 간척지 위에 ‘동북아의 두바이’도 구현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정치인들과 학자들이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새만금의 방대한 토지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청계천’과 ‘두바이’도 역발상을 현실화한 것 아닌가. 강원도에서 몇 년 째 해결해내지 못하고 있는 고랭지 탁수 문제의 해법을 새만금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최근 정부에서는 소양호 및 도암호 유역의 지속적인 탁수 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양호 유역에는 2013년까지 14개 사업에 3,859억원을, 도암호 유역은 2016년까지 7개 사업에 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투자 계획에도 불구하고 탁수가 쉽게 제어되리라고 낙관하긴 어렵다.
탁수의 발생원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산사태로 인한 토사 유출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것도 있고, 고랭지 밭의 객토와 산지 개간, 그리고 크고 작은 건설 현장과 같은 인위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토사도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문제되는 것이 고랭지 밭 탁수이다. 강원도 소양호 유역의 경우, 상류에 위치한 밭의 55%에 해당하는 4,003㏊의 고랭지 밭에서 집중 호우시 토사가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구군 해안면의 고랭지 채소 단지는 대표적인 예이다.
인공위성적 시각으로 보자면 한반도는 정말 손바닥만큼 좁은 땅이다. 그러나 새만금은 넓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고랭지 탁수 발생원은 양구군 해안면 고랭지 단지이다. 이를 새만금 간척농지 일부와 교환하는 것은 어떨까. 환지(換地) 가치 등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하고 실행하면 된다. 강원도지사와 전북도지사가 협의하고, 총리가 조정하며 대통령이 결정하면 되는 일이다.
일본의 간척농지 운영 사례를 살펴보자. 새만금 간척농지처럼 간척에 의해 탄생한 간척지가 있다. 아키다현(秋田縣) 하치로가타 간척지에 있는 오오가타무라(大潟村)가 그것이다. 오오가타무라는 전국적으로 공모해 선정된 이름으로 “장래의 큰 이상과 약진”을 의미한다.
1964년 간척지 내로 새로 들어온 자원(自願) 농민들은 일본 전국에서 선발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간척의 목적인 “일본 농업의 모델이 되도록 생산 및 소득수준이 높은 농업경영을 확립하고, 풍요롭고 살기 좋은 근대적인 농촌사회를 만드는 것”에 뜻을 같이한 사람들이었다. 일종의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농민들이었던 것이다. 현재 오오가타무라 농가 수익은 도시 가계 평균을 상회한다.
강원도 고랭지 탁수의 해법으로
새만금이 이를 성취하지 못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강원도 고랭지 기업농이 이전 의사를 가질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유인책을 제시해보라. 그리고 좀더 도전적인 기업농이 이전해 정착할 수 있도록 해보라. 기업농은 수익성을 먼저 생각한다. 고랭지 채소를 대체할 작물이야 상업적 감각을 갖춘 전문가들이 충분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고랭지 탁수 문제는 ‘응집제적’ 접근법보다는 ‘환지’와 같은 사회경제적 접근이 훨씬 현실적이다. 탁수문제는 단순한 수질오염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만금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 할 경우, 많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지도자들이 도와줄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환경보전을 성취하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