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날아가고 / "콘도르(condor)"
"콘도르(condor)"라는 말은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인 잉카인들 사이에서는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콘도르라는 새 역시
잉카인들에 의해 신성시 되어온 새로서
그들의 영웅이 죽으면 콘도르로 부활한다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것
그래서 잉카인들의 삶과 종교에서
떼 놓을 수 없는 새로 알려져있다
사이먼과 가펑클(Simon& Garfunkel)이 곡에다
노랫말을 붙여 부른 후 널리 애창된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는
중남미 민속음악을 채보해서 만든 곡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원곡은 스페인 통치하의 페루에서 1780년에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반란의 중심 인물인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칸키(Jose Gabriel Condorcanqui)의 이야기를 테마로,
페루의 클래식 음악 작곡가인 다니엘 알로미아스 로블레스(Daniel Alomias Robles)가
1913년에 작곡한 오페레타 '콘도르칸키' 의 테마음악으로
잉카 최후의 도시라는 마추피추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잉카인들의 슬픔과 콘도르칸키의 처지를 빗대어 표현한 노래로
마추피추의 폐허에서 원주민들의 악기로 듣는 이 노래는
참으로 가슴 저미는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집요하기 그지없었던 스페인 군마저 추격을 단념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바로 이 곳
우루밤바협곡.
아스라히 솟아있는 절벽과 절벽사이로 소용돌이 치는
강물만이 간신히 뚫고 지날 수 있는 곳.
이 협곡의 안쪽 해발 2천4백m의 산상에 있는 도시가 마추피추
그러나 그들은 173구의 미라만을 남겨놓고 다시 이곳을 떠나갔고
그 후 이 도시는 망각 속에 묻혀져 그로부터 4백년 후 1911년
이곳이 다시 세상에 알려졌을 때는 초목만이 무성한 폐허였다는데....
노래말에 달팽이보다는 차라리 참새가 되고 싶다는
(I'd rather be a sparrow than a snail)구절은
이곳을 떠나지 않을 수 없었던 잉카인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반어(反語)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남는 구절은 마지막 구절입니다.
길(street)보다는 숲(forest)이 되고 싶다는 구절입니다.
어디론가 떠나는 길 보다는 그 자리를 지키는 숲이 되고 싶어하는 것이
마추피추의 마음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길을 스스로의 품속에 안고 있는 숲,
그리고 발 밑에 무한한 땅을 갖고 있는
숲에 대한 그리움을 그들은 남겨놓고 있습니다.
잉카의 하늘을 지키던 콘도르마저 사라진 하늘에는
애절한 기타 음률만이 바람이 되어 가슴에 뚫린 공동을 빠져나갑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참새라 하더라도,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간 콘도르라고 하더라도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이곳 마추픽추만큼 떠나는 것의 비극성이 사무치게 배어있는 땅도 없습니다.
떠나는 것은 낙엽뿐이어야 한다는 시구가 생각납니다.
새로운 잎에게 자리를 내주는 낙엽이 아닌 모든 소멸(消滅)은
슬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