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사랑방
줄장미/공광규
여성국장
2008. 5. 2. 11:30
줄장미
높은 담장 안 줄장미는
담장 밖이 궁금한가 보다
철창을 꼭 붙잡고
노점 야채가게 죄판 위에서 일광욕하는
야채와 과일들을 내다보고 있다
노란 엉덩이를 맞대고 있는 참외
하얀 몸으로 누워있는 무
옷 벗고 흰 다리를 벌리고 있는 도라지
함부로 발기되어 있는 바나나
모두 햇빛 아래 빛나는 몸들이다
장미의 몸은 주택 소유이나
분명 마음의 방향으로
뿌리를 뻗고 있으리라
아니, 땅 밑으로 이미
담장을 넘었는지도 모른다.
―《불교문예》2007년 가을호
줄장미/공광규|작성자 두레